[이형로의 고사성어로 보는 세상](51) 정치판 네거티브와 토사호비(兎死狐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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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로의 고사성어로 보는 세상](51) 정치판 네거티브와 토사호비(兎死狐悲)
  • 이형로
  • 승인 2021.08.23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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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선 예비주자들, 같은 편끼리 물고뜯는 진흙탕 싸움
- 토끼가 사냥당하면 여우가 슬퍼하는 진짜 이유…다음 차례는 자신이기 때문
- '송무백열(松茂柏悅)'…소나무가 무성하게 자라야 잣나무도 좋아
동파(東波) 김정목의 작품 '송무백열(松茂柏悅)'. 소나무가 잘 자라야 잣나무도 좋다는 뜻인데 대선 예비후보자들은 여야를 막론하고 송무백열과는 정반대로 같은 편끼리 네거티브 진흙탕 선거전을 이어가고 있다. (사진=이형로/ 동파 김정목 작품)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속담과 상반된 뜻의 성어가 있다. '송무백열(松茂柏悅)'이 그것이다. 중국 서진(西晉)의 문학가인 육기(陸機, 261~303)가 탄서부(歎逝賦)에 ‘信松茂而柏悅 嗟芝焚而蕙歎(신송무이백열 차지분이혜탄, 진실로 소나무가 무성하면 잣나무 기뻐하고, 지초가 불타자 혜란이 탄식하네)라고 쓴데서 유래했다.

송무백열이란 소나무가 무성하게 자라는 것을 보고 옆에 있는 잣나무가 기뻐한다는 뜻으로, 친구나 주위 사람이 잘되는 것을 즐거워한다는 말이다. 지분혜탄(芝焚蕙歎)은 지초(芝草)가 불에 타면 혜란(蕙蘭)이 슬퍼한다는 뜻으로, 벗이나 주위사람의 슬픔이나 불행을 같이하고 위로하니 그 속에서도 행복을 찾을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런데 소나무가 무성하게 잘 크면 왜 잣나무가 기뻐할까? 백(柏)은 중국에선 측백나무라는 의미로 주로 쓰지만 우리나라에선 관습적으로 잣나무로 쓰고 있다. 어쨌든 두 나무는 모두 어릴 때 햇빛이 적게 드는 것을 좋아하는 음수(陰樹)로 소나무가 좀 무성하여 빛을 가려주면 훨씬 편하게 자라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이 두 성어는 '기쁨은 함께 할수록 커지고, 슬픔은 나눌수록 적어진다'는 말과도 통한다. 그러나 요즘은 이런 좋은 의미가 무색하게, 기쁨을 나누면 질투가 되고 슬픔을 나누면 약점이 되는 세상이 되어 버렸다.

토사호비(兎死狐悲). 토끼가 죽으면 여우가 슬퍼한다는 말로 같은 무리의 불행을 슬퍼한다는 뜻인데, 동류의식보다는 토끼가 사냥을 당해 전부 없어지면 다음은 여우 자신의 차례가 되니 슬퍼하는 것 아닐까? 같은 편끼리 진흙탕 네거티브 싸움을 벌이는 여야의 대선 예비주자들은 토사호비의 속뜻을 새겨보기 바란다. (사진=인터넷 캡처)

대선 예비후보자들이 경선을 앞두고 벌이는 네거티브 선거전이 점입가경이다. 그들의 ‘진흙탕 싸움 작태’는 매일 매스컴에 보도되고 있으니 굳이 긴 이야기가 필요치 않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유력주자들간의 네거티브는 ‘이 사람들이 지금까지 어떻게 같은 당을 해왔지?’라는 생각을 들게 할 정도다. 야당인 국민의힘도 마찬가지다. 하나로 똘똘 뭉쳐도 거대 여당을 대적하기 버거운판에 서로 물고뜯는 일로 날을 보내고 있다. 

여야 주자들이 1위 후보가 되기위해 다른 진영을 비판하는 것은 정치인으로서는 당연하다. 그러나 같은 진영에서조차 원팀정신을 훼손하며 서로 내부총질을 한다면 결국 다치는 사람은 누구이며 누가 이득을 취하겠는가.

우리 속담에 ‘작은 나무는 큰 나무 덕을 못 입어도 사람은 큰집 덕을 입는다’라는 말이 있다. 작은 나무는 큰 나무의 그늘에 가려 잘 자라지 못하지만 사람은 형제간에 아랫사람이 윗사람의 돌봄을 받으며 살아 갈 수 있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한걸음 더 나아가 권세나 재물이 있는 사람과 관계를 맺으면 그로 인한 혜택이 있을 수 있음을 빗댄 말이기도 하다.

그러나 작은 나무가 큰 나무 덕을 보는 것이 있다. 바로 등나무나 칡 같은 덩굴식물이다. 이들은 큰 나무를 감고 올라가 햇빛을 마음껏 받으며 잘 자란다. '등라계갑(藤蘿繫甲)'이란 사자성어가 바로 그런 경우를 비유한 말이다. 藤(등)은 등나무이며 蘿(라)는 겨우살이나 덩굴식물을 가리킨다. 甲은 10간(干)의 갑목을 말한다. 이 말은 송나라의 경도(京圖, 생몰 미상) 또는 명초 주원장의 군사인 유기(劉基, 자 伯溫, 1311~1375)가 지었다고 전해지는 명리학 저서 '적천수 을목편(滴天髓 乙木篇)'에 전해지는 말이다.

등라계갑이란 말은 자신의 몸을 남에게 의지해 살아가는 속성을 말하는데 작은 나무(乙木)는 큰 나무(甲木) 그늘에 가려서 못사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큰 나무를 발판 삼아 더 잘 크는 을목의 생존경쟁의 치밀함과 적응력의 뛰어남을 말한다.

그러나 이런 현상이 반대로 되어, 나중에는 을목의 덩굴이 너무 무성하여 오히려 큰 나무인 갑목을 칭칭 감아서 못살게 굴기도 하는 경우도 있다. 아니, 못살게 구는 정도가 아니라 영양분만 쪽쪽 빨아먹어 말라죽게 한다.

성장이 왕성한 보통의 덩굴식물은 곁의 다른 나무를 감싸 오르면, 그 나무는 꼭 양분을 빼앗겨서가 아니라, 자신의 나뭇가지와 잎을 뻗어내야 할 자리를 빼앗기게 된다. 겨우 틈을 찾아 잎을 내밀어도 덩굴식물에 의해 드리워진 그늘에 가려져 광합성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햇빛이 모자라게 된다. 따라서 광합성으로 만들어내는 양분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그런 상황이 오래 계속되면 곁의 나무는 어쩔 수 없이 죽게 된다.

‘兎死狐悲(토사호비)'라는 말이 있다. 토끼가 죽으면 여우가 슬퍼한다는 말로 같은 무리의 불행을 아파한다는 뜻인데, 과연 여우가 순수한 동류의식을 느껴서일까. 천만의 말씀이다. 토끼가 사냥을 당해 전부 없어지면 다음은 여우 자신의 차례가 되니 슬퍼하는 것이다. 토끼가 살아 있을 때가 여우에게는 행복한 시절이다.

큰 나무인 갑목과 작은 나무인 을목도 마찬가지다. 상생한다는 의지로 상호간 해를 끼치지 않아야 봄이고 가을이고(可春可秋) 계절에 관계없이 서로 잘 자라게 되는 것이다. 

선택은 유권자들이 알아서 할테니 대선 예비주자들은 서로의 숨통을 겨누는 꼴불견 행태를   그만 두고 토사호비의 속뜻을 되새겨보기 바란다. 

이형로는
동국대 철학과를 졸업했으며 대만대학 철학연구소와 교토대학 중국철학연구소에서 수학 후 대학 등에서 강의를 했다. 현재 덕수궁에서 근무하며 스스로를 '덕수궁 궁지기'라고 부른다.
저서로는 ‘궁지기가 들려주는 덕수궁 스토리’, ‘똥고집 궁지기가 들려주는 이야기’(2018년)에 이어 2019년말 '궁지기가 들려주는 꽃*나무의 별난 이야기' 1권을 펴내기 시작해서 현재 7권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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