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형로의 고사성어로 보는 세상](68) 소중견대(小中見大) 대중견소(大中見小) 적소성대(積小成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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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로의 고사성어로 보는 세상](68) 소중견대(小中見大) 대중견소(大中見小) 적소성대(積小成大)
  • 이형로
  • 승인 2022.05.23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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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은 것에서 큰 것을, 큰 것에서 작은 것을 볼 수도 있어야’
- 내 눈이 어떻게 보느냐에 사물의 의미와 가치 달라져
- 자신에게 의미와 가치 부여해야 행복한 삶 가능
작소장전(雀小臟全)과, 적소성대(積小成大). 참새가 아무리 작아도 오장육부를 전부 갖추고 있고, 작은 것들이 모여 큰 것을 이룬다는 뜻이다. 모든 사물은 제 아무리 작은 것이라도 내 눈이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그 의미와 가치가 달라진다. 자신에게 의미와 가치를 부여해야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다. (사진=인터넷캡처)

5월초가 되면 뭇사람들을 유혹하던 수수꽃다리(라일락) 향기는 말없이 떠나간다. 그리고 덕수궁내 돌담 그늘에서는 은은한 향기가 바람결에 실려온다. 바로 하늘을 향해 양팔을 활짝 벌리고 있는 은방울꽃이다. 뭐가 그리 부끄러워 큰 잎사귀 뒤에 숨어있는지. 그러나 그 향기는 전혀 부끄러움을 모른다.

은방울꽃은 숨어 피어 자세히 관찰하려면 잎새를 들추어야 한다. 그래서 옛사람들은 '화냥년 속고쟁이 가랑이꽃'이라 부르기도 했다. 넓게 퍼진 커다란 두 잎이 여인들이 입던 속옷을 닮아서 그렇게 불렀나보다.

화냥년이란 말을 붙인 이유는 아마도 은방울꽃이 예뻐 질투심 때문에 붙였을 것이다. 예전에 단장을 하는 여인들이라면 주로 웃음을 파는 직업의 여성들이었다. 그들은 속옷조차 멋을 부려 입었을 것이다. 하지만 속담에 '고쟁이 열두 벌을 입어도 보일 것은 다 보인다'라는 말이 있다. 아무리 아름다움을 감추려해도 은방울꽃은 향기 때문에 숨기기 어렵다.

백합과의 은방울꽃은 말 그대로 아주 작은 하얀 방울을 닮았다. 그래서 한자명도 영란(鈴蘭)이라 하며, 독일에서도 '5월의 작은 종'이라 부른다. 겸손, 순결, 순수함이란 꽃말을 지닌 은방울꽃은 5월의 신부가 가장 선호하는 부케로 쓰이고 있다. 꽃은 작을지라도 수술과 암술 등 갖출건 다 갖추고 있는 은방울꽃이다.

덕수궁에 핀 은방울꽃. 은방을 꽃은 입새를 들춰야 관찰할 수 있을 정도로 아주 작은 꽃이지만 암술과 수술 등 있을 건 다있다. (사진=이형로)

아버지 소순과 형인 소식(동파)과 더불어 당송팔대가중 하나인 소철(蘇轍, 1039~1112)의 '동산문장로어록(洞山文長老語錄)'에는 다음과 같은 구절이 실려있다.

古之達人 推而通之 (고지달인 추이통지) 
大而天地山河 細而秋毫微塵 (대이천지산하 세이추호미진) 
此心無所不在 無所不見 (차심무소부재 무소불견) 
是以小中見大 大中見小 (시이소중견대 대중견소 
一爲千萬 千萬爲一 (일위천만 천만위일) 

예전의 달인은 모든 것을 미루어 통달하였다.
크게는 천지와 산하를 작게는 털끝과 작은 먼지까지
마음에 두지 않는 것이 없고, 보지 않는 것이 없었다. 
이렇게 작은 것에서 큰 것을 보고 큰 것에서 작은 것을 보니 
하나가 천만이 될 수도 있고 천만이 하나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이 세상의 모든 사물은 마음가짐에 따라 '작은 것을 크게 볼 수도 있고'(小中見大), '큰 것을 작게 볼 수도 있으며'(大中見小)', 작은 것에서 큰 것을 볼 수도 있고, 큰 것에서 작은 것을 볼 수도 있다는 뜻이다. 이때 '대중견소(大中見小)'는 '이대관소(以大觀小, 67회 칼럼 참고)'와 상통하는 말이다. 

그러므로 보기에 따라서 하나가 천만이 될 수도 있고 천만이 하나가 될 수가 있다. 하찮은 것에서 세상을 바꿀 진리를 발견할 수 있고 위대하게 보았던 것이 어느 순간 하찮은 존재로 보일 때도 있다. 내 눈이 무엇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그 의미와 가치가 바뀔 수 있다.

덕수궁에 핀 애기황새냉이꽃과 우주에서 본 지구와 달. 애기황새냉이꽃은 좁쌀보다 크기가 작고, 지구는 우주전체에서 보면 작은 점 하나에 불과하지만 엄연히 우주를 구성하는 요소다. 모든 사물은 그 크기에 관계없이 의미와 가치를 지니고 있는 것이다. (사진=이형로/ 인터넷캡처) 

겨우내 칙칙하던 덕수궁은 봄이 되면 그야말로 꽃대궐이다. 궁궐을 화려하게 수놓던 꽃들이 어느 정도 차분해지는 5월이면 비둘기들이 어김없이 ‘조정’에 모여든다. 그들은 우선 중화전 임금께 알현한 후 머리를 조아리며 조정으로 흩어진다. 그리고 관람객이 있건없건 고개를 흔들며 무언가 열심히 찾아 돌아다닌다.

궁궐 안에선 새들에게 먹이를 주지 못하게 하고 관람객들도 이를 알아서 주지 않는다. 도대체 무엇을 먹을까 궁금해서 뒤따라가 보았다. 좁쌀한만한 냉이 열매였다. 이른봄 박석 틈새에 남들보다 일찍 핀 애기황새냉이와 좁쌀냉이가 열매를 맺었던 것이다. 좁쌀만한 꽃이 피니 열매도 좁쌀만하다.

4,5월은 꽃과 나무들이 열매를 맺기 전이며 벌레들도 왕성하게 활동하는 시기가 아니어서 비둘기와 같은 새들도 춘궁기가 된다. 이런 때 작은 냉이 열매인들 어떠랴. 굶는 것보다 백번 나을 것이다. 작은 열매지만 이들에게는 생존과 직결된다.  

5월이면 이름과는 걸맞지 않게 우리를 유혹하는 꽃이 또 있다. 1cm 남짓밖에 안되는 새 가지 끝에 10송이 이상 피는 쥐똥나무다. 이 향기에 이끌려 오는 벌들은 꽃에 비하면 코끼리만큼 크다. '참새가 아무리 작아도 오장육부를 전부 갖추고 있듯이(雀小臟全 작소장전 )‘, 이들 쥐똥나무꽃도 갖출건 다 갖추고 있다.

우리가 살고있는 세계는 결국 이러한 작은 것들이 모여 이루어진 것이다(積小成大 적소성대). 인간을 포함해서 은방울꽃과 애기황새냉이•좁쌀냉이 심지어는 하찮은 티끌마저도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계를 이루고 있는 구성요소가 된다.

미국의 천체물리학자 칼 세이건(Carl E. Sagan, 1934~1996)의 말을 빌리자면,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는 우주라는 어둠에 둘러싸인 '창백한 푸른 점(Pale blue dot)'이다. 우리 지구도 우주 전체에서는 한낱 티끌에 지나지 않는다는 말이다.

티끌에 지나지 않는 지구도 엄연히 거대한 우주를 이루는 구성원이듯이 우리도, 나도 마찬가지다. 우리 개개인도 지구, 아니 우주의 구성원으로 당당하게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어떤 사물이나 현상에 의미와 가치를 부여하는 것이 인문학적 태도이다. 인간이 스스로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는 가치있는 삶을 추구해야 하고, 가치있는 삶이란 곧 자신에게 의미와 가치를 부여할 때 비로소 가능한 것이다.

이형로는
동국대 철학과를 졸업했으며 대만대학 철학연구소와 교토대학 중국철학연구소에서 수학 후 대학 등에서 강의를 했다. 현재 덕수궁에서 근무하며 스스로를 '덕수궁 궁지기'라고 부른다.
저서로는 ‘궁지기가 들려주는 덕수궁 스토리’, ‘똥고집 궁지기가 들려주는 이야기’(2018년)에 이어 2019년말 '궁지기가 들려주는 꽃*나무의 별난 이야기'를 펴내기 시작해서 현재 9권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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