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용의 재계춘추(財界春秋)(35) 재계랭킹 27위 대기업 하림, 시작은 ‘병아리 10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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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용의 재계춘추(財界春秋)(35) 재계랭킹 27위 대기업 하림, 시작은 ‘병아리 10마리’
  • 권오용 한국가이드스타 상임이사(전 SK그룹 사장)
  • 승인 2022.06.08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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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홍국 회장, 외조모 선물 계기로 사업 눈떠…‘고교생 사업가’ 성공
- 닭값폭락으로 실패후 재기…농장•공장•시장 ‘삼장통합경영’ 결실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과 익산도계공장. 김 회장은 초등학교 4학년때 외가에 놀러갔다 외할머니로부터 선물받은 병아리 10마리를 키우며 양계사업에 눈을 떠 오늘날 재계랭킹 27위의 대기업을 일궜다. (사진=하림그룹)

‘외할머니와 병아리’, 올해 공정거래위원회 지정 대기업 랭킹 27위에 오른 하림그룹을 말할 때 빠지지 않는 일화중 하나다.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은 초등학교 4학년때 외가에 놀러갔다가 외할머니로부터 병아리 10마리를 선물받았다. 몸보신하라는 병아리 10마리는 어린시절 너무나 큰 선물이었다. 

산으로 들로 부지런히 다니며 병아리 먹이를 구해 키워온 김 회장은 이 닭 10마리를 마리당 250원씩, 총 2500원에 팔았다. 여기서 끝났다면 외할머니와 병아리는 시골출신 아이들이 흔히 간직하는 추억으로 끝났을 테지만 김 회장은 달랐다.

손에 쥔 2500원은 그에게 너무나 큰 돈이고, 스스로 이뤄낸 노력의 결실이었다. 그는 곧장 당시 마리당 7원인 병아리 100마리를 샀다. 취미생활이 어느 덧 작은 사업이 된 것이다. 병아리로 시작된 그의 작은 사업은 이후 돼지와 염소 키우기로 확대됐다. 중학생이 공부보다는 닭, 돼지, 염소 키우기에만 몰입하니 주변에서는 속 꽤나 태웠을 것이다. 

중학교를 졸업하고 그는 아예 농업고등학교로 진학했다. 주변의 반대를 무릅쓰고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하기 위해서였다. 즐기는 사람을 따라갈 수 없다는 말처럼 김 회장은 농업고등학교 시절 ‘전국영농학생 전진대회’에 출전해 원예와 축산 부문에서 우승하기도 했다.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은 고교때 양계장으로 적잖은 돈을 벌어 '고교생 사업가'로 불릴만큼 성공을 거뒀으나 닭값 폭락으로 실패를 맛본후 농장-공장-시장을 하나로 연결하는 삼장통합시스템 경영으로 재기해 업계 1위로 도약했다. (사진=하림그룹)

양계장을 직접 설계 시공해 닭 1000여마리를 키우는가 하면 볏짚을 납품하기도 했다. 이 때 벌어들인 수익이 월 300만원으로 알려졌다. 당시 공무원 월급이 20만원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고등학생 사업가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이렇게 모은 4000만원으로 김 회장은 18세가 되던 1978년 3월1일, 전라북도 익산에 하림그룹 모태라 할 수 있는 황등농장을 설립했다. 졸업후 황등농장의 사업은 번창했지만 너무 일찍 성공의 단맛을 맛보면서 젊은 시절 그는 사업을 점차 소홀히 하게됐다. 1982년 전국 닭값 폭락사태가 발생하자 사업은 무너졌고, 그는 빚쟁이에게 쫓기는 신세가 됐다.

20대 초반 사업에 실패한 그는 식품회사의 영업사원이 됐다. 그러던 차에 우연히 한 강연회에서 하림그룹의 경영모태가 되는 통합경영이론을 접하게 됐다. 닭값 폭락으로 실패의 쓴 맛을 본 그였기에 1차 농축산물에 부가가치를 더해 2차 가공식품으로 만들고 이를 시장에 내다파는 ‘삼장(농장-공장-시장) 통합경영'에 주목했다. 

사료를 직접 조달하면 원가도 절감해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고 생각했다. 삼장통합의 밑그림을 완성한 그는 1986년 다니던 식품회사에 사표를 내고 2년동안 모은 돈으로 다시 양계장을 인수해 재기에 나섰다. 삼장통합 경영시스템의 구현을 위해 처음 한 것은 양계업계 최초의 병아리 계약사육 시스템 도입이었다.

부지 매입과 인건비에 대한 부담을 줄이는 대신 계약농가에 시설재, 종계, 사료 및 모든 관련 부재료를 공급하는 조건으로 계약사육을 실시했다. 농가는 사육한 대가만큼 경제적 보상을 받게 되므로 결국 수익이 안정되고 생산원가를 최소한으로 할 수있는 윈윈(win-win) 방식을 찾아냈다. 이를 통해 그는 사육규모를 확대해 나갈 수 있었다. 

1987년 김 회장은 자금을 모아 ㈜하림을 설립, 도계장을 인수했다. 가공공장까지 확보하면서 사육, 가공, 판매를 통합하는 삼장통합의 기틀을 마련했다. 1988년 8월 하림은 정부로부터 육계 계열화업체 지정을 받았다. 이 시기는 양념치킨 등 국내 닭고기 수요가 폭발적으로 급증하는 시기로, 하림의 사업도 급성장했다. 

1992년 하림은 국내시장에서 업계 1위로 올라섰다. 1997년 9월에는 숙원이었던 육가공 공장을 마침내 완공했다. 어린 소년의 사업이 2022년 기준 국내 27위의 대규모 기업집단인 하림그룹으로 자리잡는 순간이었다. 

권오용은
고려대를 졸업했으며 전국경제인연합회 국제경제실장•기획홍보본부장, 금호그룹 상무, KTB네트워크 전무를 거쳐 SK그룹 사장(브랜드관리부문), 효성그룹 상임고문을 지낸 실물경제와 커뮤니케이션 전문가다. 현재 공익법인 한국가이드스타 상임이사로 기부문화 확산과 더불어 사는 사회 분위기 조성에 힘쓰고 있다. 저서로는 대한혁신민국(2015), 권오용의 행복한 경영이야기(2012),가나다라ABC(2012년), 한국병(2001년)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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