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형로의 고사성어로 보는 세상](96) 이심전심(以心傳心) 연화십유(蓮華十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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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로의 고사성어로 보는 세상](96) 이심전심(以心傳心) 연화십유(蓮華十諭)
  • 이형로
  • 승인 2023.09.04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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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지럽고 불안한 세태…‘연꽃의 10가지 장점’ 생각 절실
- 마음에서 마음으로 전해져 아름다운 세상되기를
염화미소(拈華微笑)는 석가모니가 영산회상에서 연꽃 한송이를 대중에게 들어보이자 마하가섭만이 그 뜻을 깨닫고 미소지었다는 가르침으로 ‘이심전심'(以心傳心 마음에서 마음으로 전하는 진리)을 나타낸다. (사진=이형로, 인터넷캡쳐/ 그래픽=인사이드비나) 

칠팔월 한여름은 연꽃이 온세상을 장식한다. 진흙뻘을 헤치고 꽃대를 세워 무더위 속에 커다란 꽃송이를 피워 올리는 연꽃이다. 초여름 부여에 갔다가 너무 일러 궁남지의 연꽃을 못보고 온 아쉬움에 지난주에 다시 들렸다. 홍련과 백련은 보통 8월초에 절정기를 지나 시들어간다. 다행히 늦깎이들이 맞이해줘 아쉬움을 달래고 왔다.

연꽃(蓮, Nelumbo nucifera GAERTNER)의 원산지는 인도로 추정하나 이집트, 중국이라는 설도 있다. 오늘날 불교의 상징으로 잘 알려진 연꽃은 불교가 형성되기 이전부터 이집트, 인도, 중국 등 고대문명이 발생한 지역에서 도안이나 장식용으로 널리 사용됐다.

태양의 제국 이집트의 창조설화에 의하면, 이 세상이 아직 혼돈상태일 때 가장 먼저 태어난 꽃이 거대한 연꽃이며 여기서 첫째 날에 생겨난 것이 태양이라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이에따라 태양숭배사상이 근저에 깔려있는 이집트에서는 수천년전부터 연꽂 문양을 즐겨 사용했다.

고대 인도에서는 빛과 생명의 근원인 연꽃에서 많은 신들을 탄생시켰다. 힌두신인 비슈느의 배꼽에서 연꽃이 솟아났고, 그 연꽃에서 브라흐마가 탄생하여 만물을 창조하였다는 신화의 내용에서 알 수있듯이 인도에서의 연꽃은 생명의 창조와 다산을 상징한다.

기원전 3000년경으로 추정되는 연꽃의 여신상이 발굴된 바있으며, 바라문교의 경전에 의하면 연꽃에서 이 여신이 태어난 기록이 남아있다. 연꽃을 빛과 생명의 근원으로 보는 인도인의 인식은 불교교리로 흡수되어 더욱 발전되고 체계화됐다.

처염상정(處染常淨), 비록 진흙속에 몸을 담고 있지만 청정함을 지니고 있다는 이 말은 연꽃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사자성어다(8월14일자 칼럼 95 ‘불염상정, 광풍제원’ 참조). 

탐(貪)•진(瞋)•치(痴) 삼독(三毒)에 물든 중생들이 사는 사바세계에서도 깨달음의 향기를 잃지 않는 연꽃은 불교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꽃이다. 석가모니가 영산회상(靈山會相)에서 연꽃 한송이를 들어 가르침을 전한 염화미소(拈華微笑)는 ‘이심전심'(以心傳心 마음에서 마음으로 전하는 진리)을  나타낸다.

석가모니는 제개장보살에게 수행인이 마땅히 지녀야 할 덕목에 대해 연꽃의 비유를 들어 열가지의 '연화십유(蓮華十喩)' 가르침을 준다. 혼란스럽고 불안한 요즘 세태, 연화십유가 이심전심으로 우리들 마음에서 마음으로 전해져 평화로운 세상이 되기를 기원해본다. (사진=이형로). 

연꽃은 곧 불교다. 마야부인의 옆구리에서 태어난 아기 싯다르타가 사방으로 일곱 걸음을 떼어놓을 때마다 흰 연꽃이 피어났다고 한다. 불교의 시작은 이렇게 연꽃과 함께했다. 아기 싯다르타와 연꽃의 인연은 후대인들이 각종 벽화나 불화에 연꽃을 그려넣으며 이어졌다.

불•보살이 앉아있는 연화좌 또는 연화대 역시 번뇌와 더러움으로 가득한 사바세계에서 고결하고 청정함을 잃지 않는 불•보살을 연꽃의 속성에 비유한 것이다. 스님들이 입는 가사를 연화복(蓮華服) 혹은 연화의(蓮華衣)라 하는 것도 세속의 풍진에 물들지 않고 청정함을 지킨다는 의미를 담고있다. 지옥 중생에게 진리를 전하는 범종에도 연꽃이 등장한다. 종치는 부분인 당좌(撞座)도 연꽃 문양을 하고있다.

불교에서 연꽃을 우주 창조와 생성을 의미하는 꽃으로 믿는 세계연화사상은 부처의 지혜를 믿는 사람이 서방정토에서 왕생할 때 연꽃 속에서 다시 태어난다는 연화화생(蓮華化生)의 의미와 연결된다. 여기서 서방극락정토란 연꽃으로 이루어진 세계를 의미한다. 불상뒤 광배도 대부분 연화화생으로 표현하고 있다.

이처럼 연꽃은 속세의 더러움 속에서 피지만 더러움에 물들지 않는 청정함을 상징하고 있다. 이를테면 극락세계를 달리 부를 때 연방(蓮邦)이라고 한다든지, 아미타불의 정토에 왕생하는 사람의 모습을 연태(蓮態)라고 표현하고 있다.

보통의 식물은 꽃이 진 후에 열매를 맺지만 연꽃은 특이하게도 꽃과 열매(연밥)가 같이 나오고 자란다. 일반적으로 꽃은 열매를 맺기 위한 인(因)이며 열매는 꽃의 과(果)가 되지만, 연꽃은 인과 과가 동시에 진행돼 소위 '인과동시(因果同時)'가 되는 식물로 불교의 교리와 통한다.

불설제개장보살소문경(佛說除蓋障所問經), 보통은 '제개장소문경'이라는 경전에서 제개장보살은 석가모니에게 수행인이 마땅히 지녀야 할 덕목에 대해 묻는다. 이때 연꽃의 비유를 들어 열가지 대답해준 대목이 이른바 '연화십유(蓮華十喩)'다.

첫째, 이제염오(離諸染汚). 연꽃은 진흙뻘 속에서 자라지만 더러움에 물들지 않고 고고한 자태를 유지한다.

둘째, 불여악구(不與惡俱). 연꽃잎 위에는 한 방울의 더러운 물방울도 스며들지 않는다. 물방울이 떠난 자리에는 어떤 흔적도 남지 않는다.

셋째, 계향충만(戒香充滿). 연꽃이 피면 연못의 썩은 냄새는 사라지고 연못에 향기가 가득하다. 촛불 하나가 방안의 어둠을 몰아내듯 한송이 연꽃이 진흙탕을 향기로 가득 채운다.

넷째, 본체청정(本體淸淨). 연꽃은 어떤 곳에 있어도 푸르고 맑은 줄기와 잎을 유지한다. 오물에 뿌리 내린 연꽃의 줄기와 잎은 청정함을 잃지 않는다.

다섯째, 면상희이(面相喜怡). 연꽃의 모양은 둥글고 원만하여 보고 있으면 마음이 온화해지고 즐거워진다.

여섯째, 유연불삽(柔軟不涩). 연꽃의 줄기는 부드럽고 유연하다. 그래서 좀처럼 바람이나 충격에 부러지지 않는다.

일곱째, 견자개길(見者皆吉). 연꽃은 꿈에서라도 보면 길하다고 한다. 하물며 연꽃을 보거나 지니고 다니면 좋은 일이 생기지 않겠는가.

여덟째, 개부구족(開敷具足). 연꽃은 피면 반드시 열매를 맺는다. 몇백년 아니 몇천년이 지난 씨앗도 꽃을 피운다.

아홉째, 성숙청정(成熟淸淨). 연꽃은 활짝 폈을때 색깔이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활짝 핀 연꽃을 보면 몸과 마음이 맑아지고 포근해짐을 느낀다.

열번째, 생이유상(生已有想). 연꽃은 날 때부터 다르다. 넓은 잎에 긴 줄기, 꽃이 피지 않아도 연꽃인지 알 수 있다.

우리는 깨끗한 시냇물을 보면 혼탁했던 마음을 씻고 싶고, 아름다운 꽃을 보면 내 마음도 꽃을 닮았으면 한다. 이때 우리가 불교 신자인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다. 생물학적 연꽃은 한여름을 지나면 시들지만, 진리를 상징하는 연꽃은 우리 마음속에 영원히 피어있기 때문이다.

이형로는

동국대 철학과를 졸업했으며 대만대학 철학연구소와 교토대학 중국철학연구소에서 수학 후 대학 등에서 강의를 했다. 현재 덕수궁에서 근무하며 스스로를 '덕수궁 궁지기'라고 부른다.
저서로는 ‘궁지기가 들려주는 덕수궁 스토리’, ‘똥고집 궁지기가 들려주는 이야기’(2018년)에 이어 2019년말 '궁지기가 들려주는 꽃*나무의 별난 이야기'를 펴내기 시작해서 현재 9권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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