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형로의 고사성어로 보는 세상](104) 갑진년, 능굴능신(能屈能伸)•화룡점정(畵龍點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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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로의 고사성어로 보는 세상](104) 갑진년, 능굴능신(能屈能伸)•화룡점정(畵龍點睛)
  • 이형로
  • 승인 2024.01.03 11:03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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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펼때와 굽힐때 아는 용의 비상 모습…유연성 지혜 배우고
- 새해 세운 계획, ‘용두사미(龍頭蛇尾)’ 말고 화룡점정(畵龍點睛)을
중국 서예가 양성량의 작품 能屈能伸(능굴능신)과 민화박물관에 소장된 청룡도. 능굴능신은 몸을 펼때는 펴고 굽힐때는 굽혀 비상하는 용의 모습을 말한다. 갑진년 새해 능굴능신의 지혜로운 유연성을 마음속에 깊이 새겨본다. (사진=인터넷 캡쳐)

갑진년(甲辰年) '청룡의 해'가 밝았다. 용은 십이지 동물 가운데 유일한 상상의 동물이다. 용은 변화무쌍한 초자연적인 힘을 지닌 존재로 왕권과 권력, 새로운 시작과 성장을 상징한다. 갑진년의 갑(甲)은 오행(五行)에서 동쪽과 푸른색에 속한다. 따라서 청룡은 동쪽 방위를 지키는 수호신이자 만물의 근원인 물을 관장하는 수신(水神)의 상징이기도 하다.

용은 참 재미있는 동물이다. 실재하지 않는 전설상의 동물이지만, 우리는 그 어떤 동물보다 친근하게 혹은 경외로운 존재로 대하고 있다. 12지신에 속해있는 동물이니 그만큼 친근하고 우리와 떼려야 뗄 수없는 인연이 깊은 동물이기도 하다.

불교에서 용을 구현한 진신장(辰神將)은 관세음보살의 화신으로 세상의 모든 생명이 구원의 손길을 바랄 때, 그 소리를 듣고 기원을 이루어주는 자비심 지극한 신이다. 원하는 바를 들어주는 보살인 만큼 민중들에게는 주요한 기원의 대상이었다.

우리는 어려서부터 수많은 옛날이야기를 들어왔고 후세들에게도 많은 얘기를 전해주고 있다. 바로 어제 일어났던 사건이건 몇 천 년전의 전설이건 상관없이 말이다. 재미있는 사실은 그런 얘기들을 들은 그대로 전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우리 나름대로의 버전으로 전해준다. 재미없는 부분은 빼고 재미있는 부분은 보태서 한편의 훌륭한 전설이 만들어진다. 용의 전설도 따지고보면 단순하게 시작됐다. 

아주 먼 옛날 한참 가물어 기우제를 지낼때 마침내 천둥 번개가 치며 비가 쏟아진다. 기우제를 올리던 부족장이나 원로에게 쏟아지는 빗물을 뚫고 순간 무언가 번쩍하는 것이 눈에 띄인다. 번개다. 이때 번개는 그 사람들에게 뱀 비슷한 것이 하늘을 뚫고 올라가는 것처럼 보였다. 번쩍, 콰르릉! 무섭기도 하고 한편으론 고맙기도 하다. 아, 저 동물이 올라가야 비가 내리는구나. 마을 사람들에게 그때 상황과 그 동물의 목격담을 들려준다. 

그 이후 비가 오면 그런 동물을 봤다는 사람들이 이 마을 저 마을에서 늘어난다. 결국엔 온 나라 백성들까지 목격하게 된다. 더 나아가서 온 세상 사람들까지 보게 된다. 그것도 모자라 꿈까지 꾼다. 이렇게 이 동물의 이름은 '용'이란 이름으로 호적에 번듯하게 올라갔다. 참고로 무지개(虹)가 용의 기원이라는 학자도 있다.

그후 용의 종류가 늘어난다. 어떤 이는 비늘이 있으면 교룡(蛟龍), 날개가 있으면 응룡(應龍), 뿔이 있으면 규룡(虯龍), 뿔이 없으면 이룡(螭龍, 이무기)이라고 주장한다. 또는 수컷은 뿔이 있고 암컷은 뿔이 없으며, 용의 자식으로 뿔이 하나 있으면 교룡, 두 개 있으면 규룡, 뿔이 없으면 이무기라는 이도 있다. 또 어떤 사람은 어미 용이 교룡이며, 그 새끼가 규룡인데 몸은 물고기 모양이며 낙타 꼬리에 피부엔 구슬이 박혀있다고 더 구체적으로 주장한다.

발가락 갯수도 다르다고 주장하는 이도 있어서 발가락 세개인 삼조룡(三爪龍)은 세자, 네개인 사조룡은 황태자나 왕, 그리고 다섯인 오조룡은 황제의 용이라고 한다. 훗날 흥선대원군도 경복궁을 중건할 때 이 전설에 한몫 거들었다. 청나라 오조룡 황제가 별거냐는듯 중국에서도 보기드문 칠조룡을 경복궁 근정전 천장에 떡하니 새겨넣었다.

그러다 명나라 의학자이자 박물학자인 이시진(李時珍, 1518~1593)이 본초강목에서 용의 머리는 소, 뿔은 사슴, 수염•비늘•꼬리는 잉어, 몸은 뱀, 발은 닭, 눈과 다리는 호랑이를 닮았다고 결론을 내렸다.

게다가 비늘 갯수는 당초 81개부터 시작해서 끝내는 8199개까지 불어난다. 또한 턱 밑에 거꾸로 박힌 비늘인 역린(逆鱗)이 8개가 있는데, 그 곳이 용의 급소로 그곳을 건드리면 어느 누구도 살아남지 못한다는 비밀도 덤으로 알려 주었다. 아울러 제왕도 역린이 있어 함부로 건드리지 말라고 경고까지 한다. 편작, 화타, 장중경(張仲景,150~219년)과 더불어 중국의 4대 명의로 손꼽히는 이시진이 그렇다는데야 어느 누가 시비할 것인가.

龍頭蛇尾(용두사미)와 畵龍點睛(화룡점정). 갑진년 ‘청룡의 해’를 맞아 세운 신년계획을 용두사미처럼 흐지부지 끝내지 말고, 용의 눈에 눈동자까지 그려넣는 화룡점정의 자세로 생활해보자. (사진=인터넷 캡쳐) 

한 인물을 용의 성격에 빗대 묘사한 문헌으로는 사기(史記)의 노자한비열전(老子韓非列傳)이 유명하다. 공자가 제자들과 더불어 천하를 주유하다 주(周)나라에 갔을 때 노자에게 예(禮)에 관해 물으러 찾아갔다. 노자의 가르침을 듣고 온 공자는 돌아와 제자들에게 이렇게 전했다. 노자는 새나 물고기 또는 짐승처럼 우리가 잡을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 구름과 바람을 타고 하늘에서 노니는 용과 같은 인물이라고.

공자는 노자의 자유로운 사고방식을 용처럼 '능굴능신(能屈能伸)'한 사람이라고 전했던 것이다. 능굴능신이란 말은 용이 비상할 때의 모습을 묘사한 말이다. 자신의 몸을 펼 때는 펴고 구부릴 때는 구부려 유연하게 하늘을 날아다니는 모습을 표현한 말이다. 공자가 느낀 노자가 바로 그런 용의 모습이었다. 자신의 의견을 피력할 때는 과감히, 그러나 상대방의 의견이 맞는다면 유연하게 받아들이는 그런 모습을 용에 비유한 것이다. 능신능굴은 용의 특장(特長) 가운데 하나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용의 전설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수천년 동안 수많은 사람들에 의해 만들어져 우리 생활과 문화에 여전히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 이시진이 정리한 용이 지금의 모습이지만, 앞으로 어떻게 변할지 기대가 된다. 미래의 용이 트랜스포머가 되지 말라는 법은 없지 않은가.
  
일갑자 만에 맞이하는 '청룡의 해'인 올해 우리 모두 힘을 더해 대한민국 고유의 전설을 한번 만들어 보자. 또한 새해를 맞아 세운 신년계획을 ‘용두사미(龍頭蛇尾)’로 흐지부지 끝내지 말고, 용의 눈에 눈동자까지 그려넣는 화룡점정(畵龍點睛)으로 푸른 용이 훨훨 날도록 해보자.

올해도 독자 여러분 가정에 행복과 함께 청룡의 청량하고 신성한 기운을 듬뿍 받는 한해가 되기를 기원한다.

이형로는
동국대 철학과를 졸업했으며 대만대학 철학연구소와 교토대학 중국철학연구소에서 수학 후 대학 등에서 강의를 했다. 현재 덕수궁에서 근무하며 스스로를 '덕수궁 궁지기'라고 부른다.저서로는 ‘궁지기가 들려주는 덕수궁 스토리’, ‘똥고집 궁지기가 들려주는 이야기’(2018년)에 이어 2019년말 '궁지기가 들려주는 꽃*나무의 별난 이야기'를 펴내기 시작해서 현재 9권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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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진한 2024-01-04 05:04:26
현재 한국에서 보편적으로 인정해 줄 수 있는 성인은 하느님을 숭상해오신 요순우탕문무주공의 성인과 같으시며 유교의 교조이신 성인임금 공자님.그리고 기독교세계에서 하느님의 독생자이시자 기독교세계 만왕의 왕 예수님. 이상 끝.@이해되면 이해되는대로 숭배하며 따르고, 자기의 기준으로 이해되지 않으면, 이해되지 않는 그대로 살면됩니다. 하느님족(세계종교인 유교나 가톨릭)과, 창조신보다 높다는 부처 Monkey의 침팬치족은, 완전히 다릅니다.

윤진한 2024-01-04 05:03:22
동양 5성(五聖)은 공자(孔子).안자(顔子).증자(曾子 ).자사(子思).맹자( 孟子)입니다. 공자님의 자손이라도 五聖의 반열에 들지 못하면, 그저 단순한 군주의 신하입니다. 또는 다른 문중의 일반인과 같습니다.@공자님께서 先聖, 대성지성 문선왕(大成至聖 文宣王)으로 추증되시기 이전에는, 공자님은 제후들의 스승역할(또는 聖天子인 聖人의 후손)이셨으니까, 서로 경칭을 붙이며 존중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공자님이 공식적으로 요순우탕문무주공과 같은 성인임금의 문선왕 칭호를 추증받으신게 당나라때임. 춘추전국시대에는 선생님칭호의 공자, 또는 은나라 왕족의 후손으로 성인(聖天子)의 후손으로만 존칭되셨음. 그러다가 한고조(유방)가 중국 천하를 통일하고, 공자님의 사당을 찾아 先師(주공정도의 지위)의 예를 표하심. 여하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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