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형로의 고사성어로 보는 세상](61) 코로나19 시국의 세시풍속(歲時風俗) 문배도(門排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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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로의 고사성어로 보는 세상](61) 코로나19 시국의 세시풍속(歲時風俗) 문배도(門排圖)
  • 이형로
  • 승인 2022.02.07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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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복을 바라고 재앙을 막기위해 대문•벽에 붙인 풍습
- 코로나19로 지친 국민 위로…문화재청, 광화문에 금갑장군 내걸어
코로나19 퇴치 염원은 광화문에 내걸린 문배도(門排圖)가 잘 보여준다. 문화재청은 1881~1882년 촬영된 광화문의 사진(아래 흑백 사진)을 근거로 조선후기 궁중 세시풍속인 광화문의 금갑장군 문배도를 복원해 지난해와 올해 설연휴에 코로나19로 지친 국민들의 마음을 위로한다는 취지로 내걸었다. (사진=문화재청)

우리 선조들은 한해의 시작을 의미하는 대명절인 설에 세화(歲畵)를 주고받으며 서로의 안녕을 기원하는 풍습이 있었다. 일종의 연하장인 셈이다. 

선조들은 사람의 출입뿐 아니라 복이나 재앙도 문을 통해 들고나간다고 여겼다. 집안의 모든 길흉화복이 문과 관련돼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런 인식으로 행운이 문으로 들어오길 바라고 악운은 들지 못하도록 문앞에 복을 비는 다양한 의례를 행하거나 그림과 글귀를 붙였다.

예컨대 새해에는 복을 바라고 재앙을 막기위해 집집마다 의례를 행하는 한편 수성노인•까치호랑이•용 등의 세화를 어김없이 붙였다. 입춘에는 대문이나 벽에 '입춘대길(立春大吉)', '개문만복래(開門萬福來)'라 쓴 입춘방(立春榜)을 붙였다.

이러한 벽사적 의미의 시작은 짐승의 피를 문이나 벽에 바르는 것에서 찾을 수있다. 출입문에 닭피를 바르거나 닭머리 또는 호랑이뼈를 걸어두거나 음나무(요즘은 엄나무라 많이 부르고 있다)가지, 빗자루, 복조리 등을 걸어두기도 했다.

음나무 가지를 다발로 건 까닭은 촘촘하게 난 가시를 보고 잡귀가 겁먹고 달아나리라 여겼기 때문이며, 빗자루는 집안에 해가 되는 것을 쓸어버리겠다는 생각에서였다. 이밖에 복숭아•버드나무•소나무 가지 혹은 쑥다발 등을 걸어두는 것도 마찬가지 이유다. 어촌에서는 대문 처마에 큰 게를 매달아 두기도 했는데, 힘이 좋은 집게다리로 들어오는 잡귀를 꽉 붙들어 달라는 믿음에서였다.

이 가운데 호랑이뼈가 제일이라 여겼던것 같다. 그러나 호랑이가 어디 그리 만만한가. 무척이나 비싸게 거래됐을 것이므로 여러 사물로 대신했으리라. 호랑이의 효과가 제일이라 생각한 집안에서는 호랑이 그림이나 글귀로 대신하여 잡귀를 쫓고자 했을 것이다. 이러한 벽사 그림이나 글귀는 복을 빌기에 더욱 편리했으므로 계속 사용하다가 차츰 부적이나 그림을 붙여서 악운을 쫓으려는 문배풍습이 생겨나지 않았을까.

중국에서 문신(門神)이라 하는 우리나라 문배도는 통일신라시대 처용가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자기 처와 역신(疫神)과의 불륜을 눈감아준 처용의 넓은 도량에 감복해 처용 형상을 보기만 해도 그 문에 들어가지 않겠다고 약속한 역신. 이로부터 사람들은 처용 그림을 문에 붙여서 역신을 물리쳤다.

조선시대에 이르러서는 중국의 영향 등으로 문배도 소재가 많아지지만 성현(成俔, 1439~1504)의 용재총화(慵齋叢話)에는 "이른 새벽에 처용•각귀(角鬼)•종규(鍾馗)•복두관인•개주장군•경지보부인•닭과 호랑이 그림 등의 그림을 대문간에 붙였다"고 했다. 처용이 가장 먼저 언급된 점으로 보아 조선시대에도 처용에 대한 관심이 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문배도 가운데 호랑이는 대문에 붙여 잡신의 근접을 막아주기 원했으며, 부지런함을 상징하는 닭은 중문에 붙여 귀신을 물리치고, 불을 먹고 산다는 해태는 부엌문에 붙여 화재를 예방했고, 개는 곳간문에 붙여 도둑을 막았다.

국립민속박물관에 소장된 문배도(사진 위)와 스톤 아트 작가 천영덕의 작품.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돌 위에 그림을 그려넣은 스톤 아트는 새로운 형태의 문배도(新門排圖)라 하겠다. 

최근 우리 주변에 굴러다니는 돌이나 보도블럭 등에 문배도의 역할은 물론 실내 장식품의 일종으로 '새로운 문배도'(新門排圖)를 그린 작가가 있다. ‘스톤 아트(Stone Art)’ 작가 천영덕은 기존의 문배도에 신혼부부에게는 지혜와 행운을, 아이들에는 공부에 집중하라는 의미로 부엉이 그림을 더했다. 문배도의 법고창신(法古創新 옛것을 본받아 새로운 것을 창조함)이라 하겠다.

조선왕실에서도 정월 초하루 궁궐 정문인 광화문에도 문배도를 붙였다. 그림 제작은 도화서에서 담당했다. 조선 중후기 이후에는 문배의 풍속이 민간으로 퍼져 나갔다. 조선 후기 홍석모(洪錫謨, 1781~1857)의 동국세시기는 "도화서에서는 황금빛 갑옷을 입은 두 장군상을 그려 바치는데, 한 장군은 도끼를 들고 또 한 장군은 깃발을 들었다. 이 그림을 모두 대궐문 양쪽에 붙인다"고 전한다.

그러나 기록만 있을 뿐 정작 그림의 실체는 남아 있는게 없었다. 그러다 2015년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 미국 워싱턴DC의 주미 대한제국공사관을 복원하는 과정에서 한장의 사진을 발견했다. 1893년 공사관 1층에 걸렸던 사진에서 광화문 사진을 발견해 원본 사진을 미국 국회도서관에서 찾아냈다. 사진분석 결과, 금빛 갑옷을 입은 금갑장군(金甲將軍)이 그려진 문배도가 19세기말까지 광화문에 붙어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우리는 일이 마음먹은대로 풀리지 않거나 간절히 바랄 때에도 일말의 희망을 놓지 않는다. 비과학적인 사고 혹은 행동을 하게 된다. 소위 '끌어당김의 법칙(Law of Attraction)'이라 불리는 시크릿(Scret)에 의존하거나, 절대적인 신에 비는 일이 그렇다. 사실 내면 깊숙한 곳에서는 이루어지지 않을 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서, "한번 해보지 뭐, 혹시 될지도 모르지"(假弄成眞가롱성진)라며 자위하는 것이다.

코로나가 시작된 지 어느새 2년, 백신 접종으로 끝날 줄 알았지만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가 재창궐하기 시작했다. 2021년 작년에는 충분히 끝날 줄 알았는데 다시 시작이라니. 인류와 바이러스의 힘겨운 싸움의 끝이 어딜까 예측하기도 어려워졌다.

문화재청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설연휴를 전후해 금갑장군 문배도를 광화문에 걸었다. 연초에 액과 나쁜 기운을 쫓는다는 조선시대 세시풍속에서 착안해 코로나19로 지친 국민의 마음을 위로한다는 취지에서였다.

이형로는
동국대 철학과를 졸업했으며 대만대학 철학연구소와 교토대학 중국철학연구소에서 수학 후 대학 등에서 강의를 했다. 현재 덕수궁에서 근무하며 스스로를 '덕수궁 궁지기'라고 부른다.
저서로는 ‘궁지기가 들려주는 덕수궁 스토리’, ‘똥고집 궁지기가 들려주는 이야기’(2018년)에 이어 2019년말 '궁지기가 들려주는 꽃*나무의 별난 이야기' 1권을 펴내기 시작해서 현재 8권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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