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용의 재계춘추(財界春秋)(36) 경방 김용완 회장…한국 근대기업 효시, 재계 큰어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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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용의 재계춘추(財界春秋)(36) 경방 김용완 회장…한국 근대기업 효시, 재계 큰어른
  • 권오용 한국가이드스타 상임이사(전 SK그룹 사장)
  • 승인 2022.07.07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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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증시 1호 상장사…섬유수출, 재계리더로 경제발전 기여
- 공선사후(公先私後) 경영이념, 사회적책임 강조…은퇴시 주식 직원후생위해 내놓아
경방의 실질적 창업자인 고(故) 김용완 회장은 ‘공선사후(公先私後)’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며 경영을 했고, 전경련 회장으로 개발시대 민간경제계의 목소리를 대변하며 국가경제 발전에 기여했다. 경방은 한국 최초의 근대기업이자 증시 1호 상장사이다. (사진=전경련/ 경방 홈페이지) 

1919년 3.1운동 직후 인촌(仁村) 김성수(金性洙) 선생은 전국을 돌며 각 지방의 유지들로부터 1인1주 공모방식으로 자본금을 마련, 그해 10월 경성방직주식회사(경방)를 설립했다. 한국 최초의 근대기업이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우리민족이 입을 옷감은 우리 손으로 만들겠다는 신념하에 설립된 경방의 1주당 가격은 50원으로, 설립당시 주식 2만주는 모두 한국인이 소유하고 있었다. 우리나라 최초의 ‘국민주’ 형식의 주식회사인 셈이다. 

자본금을 모으는 일을 주도한 것은 김성수 선생이었으나, 경방의 실질적인 창업주는 김용완(金容完, 1904~1996년) 회장이었다. 김성수 선생과 처남 매부 지간인 김 회장은 충남 공주에서 태어나 일본 히로시마 고등사범학교를 졸업한 인재였다. 

김성수 선생의 삼수사(三水社, 현재의 삼양사)에서 근무하던 그는 1938년 경방 지배인으로 시작해 1946년 제4대 경방 사장에 취임했다. 그는 해방이후 면방직 산업이 번창하면서 경방을 대표적인 섬유수출 기업으로 성장시켰고, 1950년 한국전쟁 발발로 잿더미가 된 뒤에는 경방을 재건하는 데 온 힘을 기울였다. 

1956년에는 경성방직이 처음으로 주식을 증권거래소에 상장하며 국내 1호 상장사가 됐다. 같은해 대한증권거래소가 출범하며 시작된 국내 주식시장은 3월3일 증시개장 당시 조흥은행, 한국상업은행, 대한해운공사, 조선운수 등 모두 12개 종목이 상장됐는데 그 가운데 경성방직이 회원번호 001번을 받았다. 

1981년 전경련 회장단회의에서 김용완 회장(왼쪽 세 번째)이 이병철 삼성그룹 회장(왼쪽 첫 번째),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오른쪽) 등과 함께 현안 논의를 하고 있다. 김용완 회장은 전경련 회장을 여섯차례나 지냈다. (사진=전경련)

김용완 회장은 여러면에서 상징성이 큰 기업인 경방의 기업정신을 ‘공선사후(公先私後)'로 두었다. 공적인 일을 우선하고 사적인 일은 뒤로 한다는 것이다. 이는 평소 김 회장의 가치관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김용완 회장은 평소 “기업은 사회적 공기(公器)이다. 기업인은 무조건 돈을 많이 벌기보다는 기업을 일으켜 많은 사람에게 생활의 터전을 마련해주고 이윤을 사회에 돌려준다는데 보람을 느껴야 한다”는 말을 자주하며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했다. 

직원들에 대한 책임감도 유난했다. 1950년 한국전쟁이 발발해 종업원 모두가 피난길에 오르자 경리직원들을 동원해 피난지를 한사람 한사람 찾아다니며 월급을 지급할 정도였다. 

또한 김용완 회장은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을 여섯차례나 지낸 재계의 큰 어른으로서 개발시대에 재계의 목소리를 대변하며 국가경제 발전에 이바지했다. 특히 김 회장은 전경련 회장 시절인 1972년, 정부가 기업의 만성적인 자금난을 해소해주기 위해 회사채 상환을 일정기간 동결하는 등 획기적인 조치를 취할 때 정부 건의에 앞서 스스로 부동산을 팔아 회사채를 갚는 결단을 보이기도 했다. 

이같이 한국경제의 공익을 위한 일에 자기 회사만의 사익을 취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일평생 견지했기에 김 회장은 지금까지도 재계의 진정한 지도자로 높이 평가되고 있다. 

국가경제의 성장동력이었던 기업을 안팎에서 이끌어온 김용완 회장은 1975년 경영일선에서 떠났다. 이때 김 회장은 자신이 소유한 경방 주식을 단 한주도 남기지 않고 전부 경방 임직원들의 후생사업을 위한 자금으로 내놓았다. 

‘분수를 알고 일을 즐기라’는 뜻의 안분낙업(安分樂業)을 자신의 좌우명으로 삼았던 김 회장은 마지막까지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보이며 재계의 거인다운 면모를 보였다. 

권오용은
고려대를 졸업했으며 전국경제인연합회 국제경제실장•기획홍보본부장, 금호그룹 상무, KTB네트워크 전무를 거쳐 SK그룹 사장(브랜드관리부문), 효성그룹 상임고문을 지낸 실물경제와 커뮤니케이션 전문가다. 현재 공익법인 한국가이드스타 상임이사로 기부문화 확산과 더불어 사는 사회 분위기 조성에 힘쓰고 있다. 저서로는 대한혁신민국(2015), 권오용의 행복한 경영이야기(2012),가나다라ABC(2012년), 한국병(2001년)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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