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형로의 고사성어로 보는 세상](71) 진수아미(螓首蛾眉) 모시숙자(毛施淑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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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로의 고사성어로 보는 세상](71) 진수아미(螓首蛾眉) 모시숙자(毛施淑姿)
  • 이형로
  • 승인 2022.07.11 1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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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계란•초승달•앵두•매미 등 사물에 비유한 '美人'의 기준
- 진짜 미인은 각자의 눈과 마음에 달려있지 않을까
진수아미(螓首蛾眉, 사진 위)와 왕희지의 글씨 ‘모시숙자(毛施淑姿)’ 탁본. 진수는 참매미의 윤기흐르는 이마, 아미는 누에의 촉각처럼 가늘고 길제 휘어진 눈썹으로 미인을 가리키는 말이며, 모시숙자는 모장과 서시는 자태가 아름답다는 말로 모두 미인을 의미하는 표현이다. (사진=인터넷 캡쳐)

장맛비가 잠시 소강상태에 들어가자 숲속에는 매미가 탈각한 흔적인 허물이 여기저기 보이기 시작한다. 이제 장마가 끝나면 본격적인 매미의 계절이 될 것이다. 한여름 더위에 지친 우리뿐만 아니라 나무들에게도 생기를 불어 넣어주는 매미들이다.

최근 미의 기준은 매우 구체적이다. 연예인 누구의 얼굴을 닮았다고 하며, 구체적으로 눈•코•입은 누구 누구를 닮았다고 한다. K-성형의 유명세에 힘입어 외국인들도 우리나라에 와서 유명배우의 사진을 내밀며 똑같이 고쳐 달라고도 한다.

우리나라 옛사람들은 미인의 조건을 애매모호하게 사물에 비유하였다. 이를테면, 계란같은 얼굴에 눈썹은 초승달, 코는 마늘쪽, 입술은 앵두, 심지어 발은 외씨(오이씨)를 닮아야 한다고 했다.

시경은 기원전 12세기부터 춘추시대 중엽인 기원전 6세기까지 약 600년간 전래된 노래 300여편을 공자가 엄선해 엮은 일종의 가사책이다. 시경의 ‘위풍 석인(衛風 碩人)’에서는 띠풀, 지방덩어리, 굼벵이, 박씨, 매미까지 미의 기준으로 삼았다. 

手如柔荑(수여유이) 손은 띠풀(삘기) 새싹같이 희고 부드러우며,
膚如凝脂(부여응지) 피부는 엉긴 기름처럼 희고 윤택이 흐른다네.
領如蝤蠐(영여추제) 목은 나무굼벵이같이 희고 길며,
齒如瓠犀(치여호서) 이는 박씨처럼 희고 가지런하지요.
螓首蛾眉(진수아미) 반듯한 매미 이마에 누에나방 더듬이같은 눈썹,
巧笑倩兮(교소천혜) 쌩긋 웃으면 파이는 볼우물,
美目盻兮(미목혜혜) 흑백이 또렷한 눈은 맑기도 하여라!

이는 제나라의 공녀(公女; 당시 제나라가 춘추 5패중 하나로 종주국인 주나라보다 막강했지만, 명목상으론 제후국이었기 때문에 공주가 아니라 공녀라 한다)인 장강(莊姜)이 위나라 장공(莊公)에게 시집갈 때의 광경과 그녀의 아름다움을 찬미한 노래다.

내용은 네 부분으로 나뉜다. 1장은 그녀의 고귀한 신분, 2장은 그녀의 아름다움, 3장은 풍성한 예물, 4장은 그녀를 따른 시종들(이들도 예물이었음)이 많고 건장함을 노래하였다. 앞서 인용된 부분은 제2장이다.

제목인 석인(碩人)이란 의미는 본래 '크고 위대한 사람'을 뜻하나, 주인공이 여성인 까닭에 '늘씬하고 아름다운 사람'이라 해석하는 것이 알맞으리라. 장강이 키가 늘씬하고 아름다우며 거리낌이 없는 자유분방한 성격 때문에 붙인 제목이 아닐까 한다.

옷을 입었어도 노출될 수밖에 없는 신체부위인 손•피부•목•치아•이마•눈썹•보조개와 흑백이 분명한 눈동자의 아름다움을 통해서 장강의 미모를 노래했다. 여기서 우리는 당시 귀족여성들은 일반백성들과 달리 몸의 노출이 거의 없었다는 사실을 알 수있다. 그래서 옷으로 감싼 신체 부위인 가슴•엉덩이•허리•팔과 다리 등에 대한 묘사는 찾아 볼 수 없었다.

어쨌든 석인에는 매미가 등장한다. 다섯번째 구절의 '진수아미(螓首蛾眉)'가 그것이다. 여기서 '진수(螓首)'는 온몸에 솜털이 보송보송 난 참매미의 이마를 가리킨다. 반듯한 이마는 까맣고 반질반질 윤기가 흐르며 숭어의 이마만큼 예쁘다.

아미(蛾眉)는 누에나방의 촉각처럼 가늘고 길게 굽어진 예쁜 눈썹을 뜻한다. 백거이는 장한가에서 이런 눈썹을 완전아미(宛轉蛾眉)라고 표현했다. 그 모습이 초승달을 닮아 초승달을 아미월(蛾眉月)이라 부르며 아울러 미인을 뜻하는 말로도 쓰였다.

매미 이마에 누에나방의 촉각과 같은 눈썹, 흑백이 또렷한 눈동자, 웃으면 보조개가 살짝 패이고, 치아는 희고 가지런하며, 옷깃사이로 드러난 목은 희고 길며, 피부는 기름덩이처럼 윤기가 흐른다. 

중국의 4대미인으로 꼽히는 서시, 왕소군, 초선, 양귀비(왼쪽부터). 사진을 보면 그 얼굴이 그얼굴이다. 진짜 미인은 각자의 눈과 마음에 있는 것 아닐까. (사진=인터넷 캡쳐)

시대가 흐르자 실제 인물의 특징을 콕집어 미인의 기준으로 삼았다. 예를들면, 천자문 118구에는 ‘毛施淑姿 工嚬姸笑(모시숙자 공빈연소)’이란 구절이 있다. 모장과 서시는 자태가 아름답고, 고혹적으로 찡그리고 웃는 모습이 예쁘다라는 말이다.

모장(毛嬙)은 춘추시대 오나라의 아름다운 용모와 자태를 뽐낸 미인으로 훗날 월나라 구천의 애첩이 된다. 서시(西施)는 잘 알다시피 월나라의 일색(一色)이다. 모장의 웃는 모습에 안넘어갈 사내가 없었으며, 서시는 가슴앓이를 하여 눈살을 자주 찡그렸는데 그 모습조차 매혹적이라 당시 여인들이 흉내냈다고 한다.

그후 '나라를 기울게 할 정도의 아름다움'이라고 하여 경국지색(傾國之色)이란 표현을 쓰더니, 드디어 4명의 대표적인 미인을 선정하여 각자의 개성있는 아름다움을 문학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바로 침어(沈魚)는 서시, 낙안(落鴈)은 왕소군, 폐월(閉月)은 초선, 수화(羞花)는 양귀비를, 이른바 중국 4대미인이라 일컫는 그들이다.

이후 중국 고전소설 금병매에서는 미녀의 기준으로 매우 그럴듯한 이론인 횡삼종삼(橫三縱三)을 들었다. 가로는 왼쪽 눈 가장자리, 입술 왼쪽 끝과 오른쪽 끝, 오른쪽 눈 가장자리가 삼등분돼야 하고 세로로는 머리 끝, 눈썹, 코밑, 턱 끝이 삼등분돼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흑대백소(黑大白小; 눈의 검은 부분이 흰 부분보다 많을 것), 상연하중(上軟下重; 윗 입술은 얇고 아랫 입술은 도톰할 것), 난안장발(卵顔長髮; 계란꼴 얼굴을 긴머리로 감쌀 것)까지 덧붙여 확실한 미인의 조건으로 삼았다.

진짜 미인은 누구일까? 혜원 신윤복의 미인도인가 아니면 천경자의 미인도인가. 그것도 아니라면 요즘 강남의 비슷비슷한 얼굴의 미인들일까. 그건 각자의 눈과 마음에 달려있지 않을까? 

이형로는
동국대 철학과를 졸업했으며 대만대학 철학연구소와 교토대학 중국철학연구소에서 수학 후 대학 등에서 강의를 했다. 현재 덕수궁에서 근무하며 스스로를 '덕수궁 궁지기'라고 부른다.
저서로는 ‘궁지기가 들려주는 덕수궁 스토리’, ‘똥고집 궁지기가 들려주는 이야기’(2018년)에 이어 2019년말 '궁지기가 들려주는 꽃*나무의 별난 이야기'를 펴내기 시작해서 현재 9권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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