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형로의 고사성어로 보는 세상](72) 완인상덕(玩人喪德), 공휴일궤(功虧一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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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로의 고사성어로 보는 세상](72) 완인상덕(玩人喪德), 공휴일궤(功虧一簣)
  • 이형로
  • 승인 2022.07.25 1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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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에 지나치게 빠지면 ‘나 다움’을 잃게되는 법
- 한 삼태기 흙 부족해 큰 산 못쌓아…‘사소한 것이 큰 실패 원인’ 경계심 가져야
쌍산(雙山) 김동욱의 ‘功虧一簣(공휴일궤)’ 작품. 산을  쌓는데 한 삼태기의 흙이 부족해 성공하지 못한다는 말로, 큰 실패도 작은 일에서부터 시작된다는 의미다. 

중국 전한시대의 왕망(王莽, BC45~AD23)은 황실 외척의 일원으로 원제의 황후인 효원황후의 비호 아래 권력을 장악했다. 대사마 시절 9살의 평제를 옹립한후 안한공(安漢公)이 된 그는 평제를 시해한 후 유영(劉嬰)을 후계자로 추대하고 스스로는 가황제(假皇帝)•섭황제(攝皇帝)로 어린 황제를 농락하다가, 마침내 전한을 무너뜨리고 신(新)나라를 세워 황제에 즉위한다.

왕망은 복고주의를 내세워 주례(周禮) 등 유교경전을 근거로 개혁정치를 단행했다. 이에 삼공과 구경 이하의 관직을 제정하고, 정전법을 모델로 하는 한전(限田)정책과 동시에 노비매매를 금지했으며 공권력에 의한 물가의 균형책과 전매제를 강화해 상업을 통제하다가 화폐개혁까지 단행하기에 이른다. 그러나 이같은 개혁정책은 당시 실정에 맞지않아 사회는 혼란에 빠지게 됐다. 또한 흉노를 비롯한 대외정책의 실패로 말미암아 안팎으로 불안과 동요가 고조되었다.

설상가상으로 잦은 재해와 호족세력이 반발해 봉기가 우후죽순처럼 일어났다. 적미(赤眉)•녹림(綠林) 등과 같은 농민봉기도 각지에서 일어났으며, 지방의 여러 호족들도 이에 호응해 신나라는 15년만에 멸망하고 왕망은 죽임을 당하였다. 이후 황제를 농락한 왕망을 비롯해 동탁•조조•사마의 4인은 후대 역사가들에 의해 '망탁조의(莽卓操懿)'라는 멸칭(蔑稱)을 얻게된다.

피아식별을 위해 눈썹을 붉게 칠한(赤眉) 농민군은 번숭(樊崇) 등을 우두머리로 산동지방에서 일어났다. 이들은 왕망의 실정으로 몰락유망(沒落流亡)을 강요당한 농민들로 나중에는 그 수가 수십만명으로 늘어났다. 번숭 등은 한실(漢室)혈통을 이은 소년 유분자(劉盆子)를 천자로 옹립해 장안을 함락했다. 그러나 번숭 등은 유분자를 어린애 취급하며 모든 일을 제멋대로 했다. 

후한서 오행지(後漢書•五行志)에는 ‘然視之如小兒 百事自由(연시지여소아 백사자유)’라는 구절이 있다. 여기서 '自由'란 말은 ‘Libert’y나 ‘Freedom’이 아니라 '멋대로'라는 부사적인 의미로, 자기네들이 옹립한 천자를 꼭두각시로 만들어 멋대로 조종했다는 뜻이다. 이때의 황제는 시쳇말로 하면 어린 '바지사장'인 셈이다.

그러나 이와같은 농민세력은 호족들이 용인할 수 없는 것이어서 유수(劉秀, 후한 시조인 光武帝) 등의 세력과 대결하다 항복하고 번숭 등은 참살됐다.

玩物喪志(완물상지)는 서경 여오편에 나오는 구절로 주나라 무왕(武王)이 공물로 받은 오(獒)라는 명견에 빠져 개하고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자 동생 소공이 좋아하는 사물에 정신이 팔리면 ‘덕(德)’을 잃게 된다는 점을 경계해야한다고 충간(忠諫)한 말이다.(사진=인터넷 캡쳐)

서경 여오(書經 旅獒)편에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전해진다. 주나라 무왕(武王)이 주지육림으로 유명한 주왕(紂王)이 다스리던 상나라를 무너뜨린지 얼마되지 않았을 때의 일이다. 남방의 이족인 만족은 주나라 세력이 강해지자 앞다퉈 공물을 바쳐 친교를 맺으려 했다. 

그 가운데 주나라 서쪽 여(旅)나라는 오(獒)라는 개를 바쳤는데, 키가 넉자나 되며 사람의 말귀도 알아듣는 명견이었다. 머리털이 숫사자를 닮아 사자견이라고도 하는 티베탄 마스티프(Tibetan Mastiff)로, 짱아오(藏獒)로 불리는 견종이다.

무왕이 신기해하면서 개하고 노는 시간이 길어지자, 느슨해진 마음을 경계해 동생인 소공(召公)은 형님인 무왕에게 충간했다.

‘不役耳目 百度惟貞 玩人喪德 玩物喪志(불역이목 백도유정 완인상덕 완물상지)’ 

‘귀와 눈의 즐거움에 빠지지 않으면 모든 일이 올바르게 됩니다. 
사람을 가지고 놀면 덕을 잃고, 사물을 가지고 놀면 뜻을 잃어버리게 됩니다‘

무왕은 소공의 충언을 듣고 깨달은 바가 있어 당장 짱아오를 비롯한 진상품을 제후나 공신들에게 나누어 주고는 정치에 전념하게 됐다.

완물상지(玩物喪志)란 '물건에 지나치게 빠지게 되면 본뜻을 잃는다'는 뜻이다. 그리고 '완인상덕(玩人喪德)'이란 말은 '사람에 지나치게 빠지면 본래 지니고 있는 덕을 잃는다'라는 의미다. 이때 덕(德)이란 내가 지니고 있는 덕성 즉 '나 다움'을 의미한다. 그러니까 군주가 신하에게 빠지면 군주다움을 잃게 되고, 신하가 군주에게 빠지면 신하다움을 잃는다는 말이다. 

개를 두고 말하면서도 소공은 '완물'보다 '완인'을 먼저 언급했다. 완인의 폐해가 완물의 그것보다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크기 때문이다.

왕망과 번숭은 황제가 어리다고 가지고 놀았다. 특히 번숭은 왕망의 그런 행태가 못마땅해 봉기까지 했으면서도 그대로 답습하고 말았다. 그리고 후한말 영제때 조정을 농락한 10여명의 환관인 십상시(十常侍), 얼마전 우리나라의 '문고리 3인방'이나 요즘 자주 오르내리는 '윤핵관' 등이 생긴 이유도 지도자가 특정한 사람에게만 지나치게 빠진 결과다.

소공의 충언은 ‘不矜細行 終累大德 爲山九仞 功虧一簣(불긍세행 종루대덕 위산구인 공휴일궤)’로 이어진다. ‘사소한 행동이라도 조심하지 않으면 끝내 큰 덕을 이루지 못합니다. 아홉길 높은 산을 쌓는데 한 삼태기 흙이라도 모자라면 산은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사소한 것에서 이미 쌓아논 공(功)도 무너질 수 있으니 경계심을 가지라는 것이다.

요즘 정치권 돌아가는 상황을 보노라면 위에서부터 아래까지 각자가 술술 새고있는 삼태기를 메고 제멋대로(自由) 뛰고 있는 꼴이다. 그나마 쌓아 놓은 작은 산이나마 무너질까 심히 염려스럽다.

이형로는
동국대 철학과를 졸업했으며 대만대학 철학연구소와 교토대학 중국철학연구소에서 수학 후 대학 등에서 강의를 했다. 현재 덕수궁에서 근무하며 스스로를 '덕수궁 궁지기'라고 부른다.
저서로는 ‘궁지기가 들려주는 덕수궁 스토리’, ‘똥고집 궁지기가 들려주는 이야기’(2018년)에 이어 2019년말 '궁지기가 들려주는 꽃*나무의 별난 이야기'를 펴내기 시작해서 현재 9권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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