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말 기부, 당시 기부사실 알려지는 것 할머니가 꺼려 뒤늦게 공개
[인사이드비나=이영순 기자] 아흔살의 문정숙 할머니가 아껴모아 기부한 전재산 3억3000만원이 아프리카의 식수개발과 중학교 건립으로 결실을 맺어가고 있다.
국제구호개발 NGO 월드쉐어(이사장 박현모)는 5일 문정숙 할머니의 기부금으로 탄자니아 진가마을에 우물을 개발해 주민들과 인근학교 아동들의 식수 및 생활용수로 사용되고 있으며, 바가모요에 키로모 중학교 건립공사가 연말 완공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학교가 개교하면 1200여명의 아동이 안전한 환경에서 교육을 지원받을 수 있게 된다.
문정숙 할머니는 지난해말 ‘못 먹고 못 배우는 아이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다’며 전재산 3억3000만원을 기부했으나, 당시 할머니가 기부사실이 알려지는 것에 부담을 느껴 사업이 결실을 앞두게 시점에 뒤늦게 공개하게 됐다는게 월드쉐어의 설명이다.
일제강점기 시절 아버지를 잃고 고아로 거리에서 노숙하며 더러운 물을 마시고 흙을 먹고 자란 아픈 기억을 가지고 있는 문정숙 할머니는 90세 나이가 되어 자신과 같은 어려움을 겪는 탄자니아 어린이들을 우물과 학교를 만들어주는 꿈을 가지게 됐고, 이를 위해 월드쉐어에 전재산을 기부했다.
후원금 전달식 당시 문정숙 할머니는 “일제 강점기에 아버지를 잃고 거리를 떠돌며 벽에 있는 진흙으로 끼니를 때우며 자라왔다. 내 진짜 성씨조차 기억하지 못하는 아픔과 못 배우고 못 먹고 못 마시는 아픔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지금도 나와 같은 아픔을 겪고 있을 아이들에게 도움을 전하고 싶다. 못 배우고 모르지만, 작은 것이나마 여기에 써야 내가 보람이 있고 남은 여생이 천국을 가겠구나 싶었다”고 기부 동기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