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용의 재계춘추(財界春秋)(38) 미원, 며느리에게도 숨긴다는 ‘손맛’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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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용의 재계춘추(財界春秋)(38) 미원, 며느리에게도 숨긴다는 ‘손맛’ 비밀
  • 권오용 한국가이드스타 상임이사(전 SK그룹 사장)
  • 승인 2022.09.14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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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거 최고인기 선물세트…MSG 유해성논란 위기 딛고 비상
- 대상그룹, 미•중•일•유럽•베트남 등에 21개 법인…K푸드로 세계인 입맛 잡아
1960~1970년대 최고배우 김지미씨와 고은아씨를 모델로 한 미원 광고와 현재 의 광고문구. 과거 쓰지않는 가정이 없을 정도로 인기를 모은 미원은 화학조미료(MSG) 유해성 논란의 위기를 딛고 일어서 지금까지 70년 가까이 감칠맛의 '조연' 역할을 하고 있다.  (사진=대상그룹)

오랜기간 시중에 회자됐던 우스갯소리가 하나 있다. 시어머니와 며느리가 운영하는 오래된 맛집이 있었다. 며느리가 주변인들에게 넋두리를 늘어 놓는다. “눈대중으로 어머니 요리를 따라서 만들어 보는데 항상 1%가 부족하다. 어머니가 마지막 ‘비법’만큼은 결코 알려 주시지 않는다.” 그런 어머니가 세상을 떠날 때 며느리에게 유언을 남긴다. “우리집 맛의 비밀은…미원이었다.”

1956년 탄생한 미원이 어느새 70주년을 앞두고 있다. 과거의 궤적에서 미원은 어머니 손맛의 비밀, 감칠맛의 대명사란 애칭을 얻었다. 한때 화학조미료(MSG) 유해성 논란에 휩싸이며 마트에서 자취를 감추는듯 했지만 전문가들이 ‘나트륨보다 안전하다’는 결과를 잇따라 내놓으면서 위기를 벗어났다. 미원은 연간 매출 1000억원에 달하며, 소매점 구입 판매액만 400억원을 넘어서 누구에게나 사랑받는 조미료로 입지를 굳건히 하고 있다. 

미원은 대상그룹의 시작이다. 대상그룹 창업자인 고(故) 임대홍 회장이 일본에서 제조법을 알아내 국내에서 만든 상품으로, 회사가 제품과 함께 탄생했다. 1950년대까지 한국 시장에서는 일본 조미료 ‘아지노모토’가 주로 쓰였다. 임 회장은 1950년대 중반 일본으로 건너가 아지노모토 등 조미료 주성분으로 쓰이는 ‘글루탐산’ 제조방법을 연구했다. 이후 1년만에 귀국해 부산에 150평 규모의 조미료공장을 세운다. 국내최초 조미료공장인 동아화성공업주식회사였다. 

미원은 입소문을 타고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가기 시작했다. 1960년대 국내 조미료시장 점유율 50%를 넘어섰다. 미원을 넣으면 맛이 좋아진다는 입소문을 타고 이를 사용하지 않는 집안을 찾아보기가 힘들었다고 한다. 1960~1970년대에는 인기가 가장 많은 선물 아이템으로 각광받기도 했다. 그시절 황금빛 캔에 담긴 1kg 미원 선물세트는 어디서나 환영받는 아이템이었다. 

미원을 모태로한 한 대상그룹은 오늘날 미국•중국•일본•유럽•베트남 등 세계 곳곳에 21개 법인을 두고 K푸드로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사진=대상그룹) 

그런 미원의 황금시대에 삼성이 도전장을 내밀었다. 삼성의 모기업인 제일제당(지금의 CJ)이 미풍을 생산하면서부터다. 두 회사의 판매경쟁은 ‘전쟁’으로까지 불릴 정도였다. 그만큼 치열했다. 결과는 삼성의 완패, 조미료=미원의 등식을 천하의 삼성도 깨지 못했다. 삼성 창업자인 고 이병철 회장은 생전에 “세상에 내 마음대로 안된게 셋 있는데, 자식과 골프 그리고 미원이었다”고 까지 술회했었다. 그렇게 전쟁을 치르고도 미풍의 삼성과 미원의 대상그룹은 사돈관계를 맺기도 했다. 지금은 갈라섰지만.

하지만 미원은 1990년대 들어 또한번 위기상황을 겪었다. 절치부심하던 라이벌 기업이 ‘조미료 무첨가’ 마케팅을 벌인게 시발점이 됐다. ‘미원(MSG)’은 화학조미료라 유해하다’는 콘셉트를 형성한 것이다. 방송사에서 MSG를 사용하는 국내 식당들을 ‘나쁜식당’이라고 공격하자 파장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전국 미원 판매량이 급속도로 떨어졌을 뿐 아니라 이를 아예 들여놓지 않는 마트도 크게 늘었다. 

정작 MSG의 안전성 논란은 이미 아주 오래전 ‘종결’된 사안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세계적 기구인 FAO(유엔식량농업기구)와 WHO(세계보건기구)가 연합해 만든 식품첨가물전문가위원회(JECFA)는 1987년부터 무려 230여건에 달하는 MSG 유해성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도 1978년~1980년 이에대한 연구 결과를 공표한다. 결론은 ‘인체에 해를 준다는 증거나 이유가 없다’는 것이었다.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청도 2010년 ‘MSG는 평생 섭취해도 안전하다’는 공식 입장을 내놨다. 유해성 논란을 완전히 벗어나게 된 것이다. 

대상은 1973년 인도네시아에 진출한 이래 현재 미국•중국•일본•유럽•베트남 등에 21개 법인을 두고 글로벌 사업을 펼치고 있다. 대상의 글로벌 매출은 2017년 7223억원에서 2021년 1조1681억원으로 연평균 10%씩 늘었다. 회사의 전체매출도 같은기간 2조9668억원에서 3조4700억원으로 커졌다. 

K푸드는 사실상 대상이 뿌리내리고 거둔 셈이고 미원을 필두로 한국을 대표하는 브랜드로 입지를 단단히 하고 있다. 며느리에게도 숨겼다는 그 맛은 이제 세계인의 입맛을 훔치고 있다.

권오용은
고려대를 졸업했으며 전국경제인연합회 국제경제실장•기획홍보본부장, 금호그룹 상무, KTB네트워크 전무를 거쳐 SK그룹 사장(브랜드관리부문), 효성그룹 상임고문을 지낸 실물경제와 커뮤니케이션 전문가다. 현재 공익법인 한국가이드스타 상임이사로 기부문화 확산과 더불어 사는 사회 분위기 조성에 힘쓰고 있다. 저서로는 대한혁신민국(2015), 권오용의 행복한 경영이야기(2012),가나다라ABC(2012년), 한국병(2001년)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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