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형로의 고사성어로 보는 세상](79) 백년해로(百年偕老) 비익연리(比翼連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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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로의 고사성어로 보는 세상](79) 백년해로(百年偕老) 비익연리(比翼連理)
  • 이형로
  • 승인 2022.11.28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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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뿌리가 다른 나무 서로 엉켜 한나무처럼 자라는 연리지(連理枝)
- 한쪽 날개만 갖고 날 수 없는 비익조(比翼鳥)
- 황혼이혼•졸혼 세태속 되새겨보는 ‘비익연리’의 부부생활
홍유릉에 있는 연리지(連理枝, 윗사진 왼쪽)와 비익조(比翼鳥). 연리지는 뿌리가 다른 나무가 서로 엉켜 마치 한나무처럼 자라는 나무이며, 비익조는 한쪽 눈과 한쪽 날개만 갖고있어 반대쪽의 눈과 날개를 가진 또 다른 비익조를 만나 둘이 한 몸이 되어서야 제대로 볼 수있고 날 수 있다는 전설의 새로 깊은 부부애를 상징하는 말이다. 둘을 합친 ‘비익연리(比翼連理)‘는 당 현종과 양귀의 애절한 사랑을 다룬 백낙천의 장한가에서 유래했다. (사진=이형로/ 인터넷캡쳐) 

얼마전 친구의 모친이 99세, 백살에서 한살 빠지는 ‘백수(白壽)’를 누리신후 돌아가셨다. 그리고 100일후 104세의 부친도 세상을 떠나, 합장시켜 드렸다. 두분은 오랫동안 행복한 부부생활 끝에 같은 무덤에 묻힌 것이다.

덕수궁에서 근무하다 보면 무의식중에 자꾸 눈이 가는 커플들이 있다. 머리가 허옇게 센 노부부가 다정하게 손잡고 궁내를 산책할 때다. 이때 사진 찍어드릴까 물어보면 자연스레 다정한 포즈를 취하는 부부는 귀엽기까지 하다. 사진을 찍으며 연세가 어떻게 되냐, 결혼한 지 몇년이냐 등을 물으면 흔쾌히 대답해준다. 그런 날은 나까지 하루종일 행복해진다.

남남이었던 남녀가 인연이 되어 부부로 만나 오랫동안 함께 늙도록 산다는 것은 옛부터 행복한 부부의 이상이었다. 그런 부부라고 살아가며 굴곡이 없었겠냐마는 모든걸 이겨내고 살아온 그 과정이 부러운 것이다. 요즘처럼 사회적 제도가 완비되지 않아, 또는 자식들 때문에 참고 어쩔 수 없이 산 경우도 있겠지만, 반드시 그런 이유만은 아닐 것이다.

'부부의 인연을 맺어 평생 같이 즐겁게 지낸다'는 뜻의 백년해로(百年偕老)라는 성어 자체는 원나라 희곡작가 무한신(武漢臣)의 생금각(生金閣)에서 처음 쓴 말이지만, 지금으로부터 3000여년 전에도 그런 뜻의 말은 많이 썼다. 우리 속담에 '검은 머리 파뿌리가 되도록'이란 뜻의 백두해로(白頭偕老)라는 말도 마찬가지다. 

그런 예는 주로 백성들이 부르던 노래를 채집한 시경의 국풍(國風)에 많이 나온다. 예를들면, 패풍 격고(邶風 擊鼓)에는 '死生契闊 與子成說 執子之手 與子偕老(사생계활 여자성설 집자지수 여자해로)라는 말이 있다. ‘죽거나 살거나 만남과 헤어짐을 함께 하자고 그대와 약속했지. 그대의 손을 굳게 잡고 오랫동안 함께 늙겠노라고’라는 뜻이다. 

용풍 군자해로(鄘風 君子偕老)에는 '君子偕老 副筓六珂(군자해로 부계육가)라는 노래가 있다.  ‘그대와 늙어 죽도록 함께 해야지, 쪽찌고 구슬박은 비녀 꽂고‘라는 노래다.

또한 왕풍 대거(王風 大車)에 나오는 '穀則異室 死則同穴(곡즉이실 사즉동혈)'도 비슷한 말이다. ‘살아서는 딴 집이라 해도 죽어서는 같은 구덩이에 묻히리라’는 뜻이다. 여기서 '죽어서 한 무덤에 묻힌다'는 사즉동혈(死則同穴), 더 나아가 '살아서는 같이 늙고 죽어서는 한 무덤에 묻힌다'는 의미인 해로동혈(偕老同穴)이란 성어도 만들어진다.

부부의 인연을 맺어 평생 같이 즐겁게 지낸다는 ‘백년해로(百年偕老)’와 부부가 죽어 한무덤에 묻힌다는 ‘사즉동혈(死則同穴)’은 깊은 부부애를 의미하는 말이다. (사진=인터넷 캡쳐)

지난 늦봄 덕수궁에 대한 글을 쓰다가 취재차 고종과 순종이 잠든 남양주의 홍유릉을 들렸다. 홍릉과 유릉 사이 오솔길로 들어섰을 때 소나무를 두팔로 감싸안은듯한 나무가 눈에 들어왔다. 가까이 가서 보니 때죽나무가 소나무와 함께 뿌리에서 두줄기로 올라와 한줄기는 오른쪽으로 다른 한 줄기는 소나무쪽으로 자라 두팔로 소나무를 감싸고 있는 '연리지(連理枝)‘였다.

후한서 채옹전(後漢書 蔡邕傳)에 의하면, 후한말 학자로 특히 서예가 뛰어나 영자팔법(永字八法)을 고안한 채옹(蔡邕, 133~192)은 어려서부터 효성이 지극했다. 그는 어머니가 병석에 눕자 3년동안 옷도 벗지 않은 채 병간호를 했다. 병세가 악화되자 100일간이나 잠자리에 들지 않고 보살폈으나 돌아가시자, 무덤 곁에 초막을 짓고 시묘(侍墓)살이를 했다.

그후 채옹의 방 앞에 나무 두 그루의 싹이 나더니 점점 자라 가지가 서로 붙고 결(理])이 이어져 마침내 한 그루처럼 되었다. 이를 두고 사람들은 채옹의 효성이 지극하여 부모와 자식이 한 몸이 된 것이라고 했다.

이처럼 연리지는 뿌리가 다른 나무가 서로 엉켜 마치 한 나무처럼 자라는 것으로 원래는 효성이 지극함을 비유했으나, 후에 남녀간 애정 혹은 깊은 부부애를 상징하는 뜻으로 확장됐다.

당나라 백낙천은 당현종과 양귀비의 애절한 사랑을 다룬 장한가(長恨歌)에서 다음과 같이 노래했다.

七月七日長生殿 (칠월칠일장생전)
夜半無人和語時 (야반무인화어시)
在天願作比翼鳥 (재천원작비익조)
在地願爲連理枝 (재지원위연리지)
天長地久有時盡 (천장지구유시진)
此恨綿綿無絶期 (차한면면무절기)

칠월칠일 칠석날 장생전에서
인적없는 깊은 밤 속삭이던 그 맹세
저 하늘의 새가 된다면 비익조가 되고
이 땅의 나무라면 연리지가 되자고 했지
천지가 영원하다한들 그 끝이 있겠지만
우리의 한많은 사랑은 끊어질 날 없으리라

비익조(比翼鳥)는 한쪽 눈과 한쪽 날개만 가지고 태어나서 혼자서는 제대로 볼 수도 날 수도 없다. 자신과 반대쪽의 눈과 날개를 가진 또 다른 비익조를 만나 그 둘이 한 몸이 되어서야 세상을 마음껏 날아다닐 수 있다. 오직 그 둘이 하나가 될 때만 온전하게 되기때문에 남녀간의 사랑을 이야기할 때 등장하는 전설의 새다. 중국의 박물지인 산해경(山海經)에서는 만만(蠻蠻) 혹은 겸겸(鶼鶼)이라고도 한다.

백낙천이 읊은 장한가에서 '비익연리(比翼連理)‘ 혹은 '연리비익'이라는 사자성어가 탄생하였으니, 화목한 부부 또는 다정한 남녀 사이를 비유한 말이다.

요즘은 시대가 변해 부부로 살아가는 삶에도 노마디즘(Nomadism 유목주의, 특정한 방식이나 가치관에 얽매이지 않고 끊임없이 새로운 삶을 찾는 사유방식)이 대세여서 두번 이상의 결혼은 이미 흠이 되지않은지 오래이며, 황혼이혼, 졸혼 등의 말도 낯설지 않게 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리지나 비익조처럼 화목하게 백년해로하고 싶다는 소망은 진부하다기보다는 여전히 일반적인 부부들의 이상일 것이다.

이형로는
동국대 철학과를 졸업했으며 대만대학 철학연구소와 교토대학 중국철학연구소에서 수학 후 대학 등에서 강의를 했다. 현재 덕수궁에서 근무하며 스스로를 '덕수궁 궁지기'라고 부른다.
저서로는 ‘궁지기가 들려주는 덕수궁 스토리’, ‘똥고집 궁지기가 들려주는 이야기’(2018년)에 이어 2019년말 '궁지기가 들려주는 꽃*나무의 별난 이야기'를 펴내기 시작해서 현재 9권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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