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형로의 고사성어로 보는 세상](81) 불속지객(不速之客) 석과불식(碩果不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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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로의 고사성어로 보는 세상](81) 불속지객(不速之客) 석과불식(碩果不食)
  • 이형로
  • 승인 2023.01.02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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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경제 어렵다지만 우리에겐 ‘저력’이라는 종자 있어
- 나만의 욕심 버리고 상생•공존의 자세로 힘 모으면 좋은 결과 거둘 것
불속지객(不速之客)은 청하지 않았는데도 스스로 찾아온 손님을 말한다. 석과불식(碩果不食)은 큰 과실은 다 먹지않고 남긴다는 말로 나만의 욕심을 버리고 다른 사람과 복을 나눈다는 뜻이다. 올해 경제가 더 어려울 것이라고 하는데 상생과 공존의 자세로 힘을 합치면 역경을 능히 헤쳐나가 경제도 좋은 열매를 맺을 수 있을 것이다. (사진=인터넷 캡쳐) 

아침에 눈을 뜨니 아니나 다를까 해는 벌써 중천이다. 매년 정월 초하루면 겪는 일로 새삼스러울건 없다. 애들 어려서부터 제야의 종소리를 들으며 새벽까지 조촐한 파티를 여는 전통이 있어서다. 지난해를 반성하고 새로운 계획으로 또 한해를 맞는다는 가족모임이지만 지금까지 이어져오니 전통은 전통인 셈이다.

아침 겸 점심으로 떡국을 먹고나니, 아니나 다를까 아내가 신년운세를 봐달란다. 이것도 신년 아침이면 빠지지 않는 행사라면 행사다. 주역점을 주제하는 사람으로서 위엄(?)을 갖추기 위해 일단 목욕재계를 했다. 그래봐야 노상하던 샤워에 지나지 않지만 상대방에게는 이런 행위도 신뢰감을 주기 때문에 반드시 해야하는 의식중의 하나다.

3년전 정년퇴직한 아내는 한동안 퇴직 후유증이 있었다. 그러더니 작년에 무언가 해보겠다며 작은 사업을 시작했다. 그러나 처음 해본 것인데다 코로나19 영향까지 겹쳐 시원찮았는데 올해 상황은 어떨지 봐달라는 것이었다.

준비를 끝내고 아내의 복장과 태도를 트집 잡으려다 두툼한 복채 봉투를 내미는 바람에 접어두고 괘를 뽑았더니 5번째 괘인 수괘(需卦)가 나왔다. 

주역의 첫번째 괘인 건괘(乾卦)에서는 "잠룡일 때 움직이려 하지말라(潛龍勿用 잠룡물용)‘며 모든 일에는 때가 있는 법이니 조용히 기다리라고 한다. 그렇다면 그 때가 언제일까? 그 대답이 되는 것이 바로 수괘(需卦)라 할 수 있다.

수괘는 하늘을 의미하는 건괘(乾卦, ☰) 위에 구덩이를 상징하는 감괘(坎卦, ☵)로 이루어졌다. 반드시 이루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큰 강을 건너는 과단함이 있어야 한다며 모래밭처럼 쉽게 장소를 옮길 수 있는 곳에서 기다릴지언정 진흙밭에선 기다리지 말라 한다.

그러다 위험이 닥치면 고집피우지 말고 굴 밖으로 나왔다가 기회를 엿보다 다시 그 굴속으로 들어가는 과단함도 필요하다. 그러면 ‘뜻하지 않은 많은 사람이 찾아와 돕는 형상이니 그들을 공경히 받들면 마침내 길할 것이다(有不速之客三人來 敬之 終吉 유불속지객삼인래 경지 종길)’라며 효사(爻辭)는 끝을 맺는다.

불속지객(不速之客)는 불청객(不請客)이란 의미로 초대받지 않고 불쑥 찾아오는 사람이란 뜻이다. 선의의 손님과 악의의 손님을 모두 지칭하지만, 여기선 나에게 크나큰 은혜를 베푸는 귀인을 뜻한다. 그리고 삼인(三人)은 숫자상의 세 사람이 아니라 많은 수의 사람을 이른다.

그러니까 주역점에 의하면 아내의 사업은 계속하다보면 뜻하지 않게 도와주는 귀인들이 있어 번창한다는 말이다. 물론 귀인들이란 물건을 사주는 구매자요 고객들일 것이다. 괘를 풀이해주자 아내는 복채가 아깝지 않다며 만족해했다.

칼럼 필자인 허우적 이형로가 스톤아티스트 천영덕의 토끼 그림 연하장으로 독자 여러분의 행복을 기원했다. 스톤아트는 돌맹이에 그림을 그려넣는 작품이다. (사진=이형로)

판을 벌인 김에 심심풀이로 필자도 올해의 운세를 한번 뽑아보니 박괘(剝卦)가 나왔다. 박괘는 23번째 괘로 위에 산을 상징하는 간괘(艮卦, ☶)와 아래는 땅을 뜻하는 곤괘(坤卦, ☷))로 이루어졌다. 

이 괘의 전체를 보면 초효(初爻)부터 5효까지 다섯 효가 음효이고 맨 위의 상효 하나만이 양효로 음기가 아래에서부터 점점 자라나 극에 달해 양기를 떨어뜨려 소멸시키려는 모습이다. 이는 사악한 세력이 점차 확대되면서 정의가 소멸되려는 위기 상황을 상징한다.

그렇다고 실망할 필요는 없다. 주역 계사전(繫辭傳)에 ‘窮則變 變則通 通則久’(궁즉변 변즉통 통즉구, 극에 이르면 바뀌게 되고 바뀌면 통하게 되고 통하면 오래갈 수 있다)’라는 말이 있다. 악한 세력이 정의를 끝까지 소멸시킬 수 없다는 사실을 박괘는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여섯 효의 전개과정을 보면 처음에 침상의 동체와 피부까지 벗기지만 5효에 이르러선 마지막 효인 상구(上九)에 총애를 구한다.

상구의 효사에서는 ‘碩果不食 君子得輿 小人剝廬(석과불식 군자득여 소인박려, 큰 과일은 먹지 말아야 한다. 군자는 수레를 얻고 소인은 집이 무너질 것이다’라고 경고한다. 큰 과일 그 속에는 튼실한 씨앗이 들어 있다. 이것은 새로운 생명으로 태어날 희망의 씨앗인 것이다. 

석과불식(碩果不食)이란 '아무리 힘들어도 종자는 먹지 말고 남겨두어야 한다‘는 의미로  내 욕심만 차리지 말고 자손에게도 복을 나눠줘야 한다는 뜻이다. 

올해 경제가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한다. 이럴 때일수록 상생과 공존의 정신과 자세가 필요하다. 우리에게는 어떤 고난도 헤쳐나갈 수 있는 ‘저력’이라는 종자가 있다. 나만 배부르면 그만이라는 욕심을 버리고, 서로 힘을 합쳐 잘 견뎌내며 희망의 씨앗을 뿌리면 좋은 열매를 거둘 수 있다.  

큰형님께 연하장을 보내드렸더니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 새해가 되기를..."이란 답을 받았다. 아무것도 바랄 것이 없이 다 이루라는 말씀이 아닌가. 독자 여러분께도 이 말씀을 올린다. 한결같은 성원 부탁드리며...

이형로는
동국대 철학과를 졸업했으며 대만대학 철학연구소와 교토대학 중국철학연구소에서 수학 후 대학 등에서 강의를 했다. 현재 덕수궁에서 근무하며 스스로를 '덕수궁 궁지기'라고 부른다.
저서로는 ‘궁지기가 들려주는 덕수궁 스토리’, ‘똥고집 궁지기가 들려주는 이야기’(2018년)에 이어 2019년말 '궁지기가 들려주는 꽃*나무의 별난 이야기'를 펴내기 시작해서 현재 9권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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