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형로의 고사성어로 보는 세상](84) 간신폐군(奸臣蔽君) 구맹주산(狗猛酒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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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로의 고사성어로 보는 세상](84) 간신폐군(奸臣蔽君) 구맹주산(狗猛酒酸)
  • 이형로
  • 승인 2023.02.28 1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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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당의 ‘간신’논쟁…임금 눈을 가리는 간신 득세하면 유능한 신하 오지않아
- 리더 자신도 충간(忠奸) 가리는 능력과 준비 필요
청곡(晴谷) 박일규의 狗猛酒酸(구맹주산) 작품. 주막의 사나운 개가 짖기 때문에 손님이 안와 술이 시어져 버린다는 말로, ‘임금의 눈을 가리는 간신이 득세하면 재능있는 신하가 오지않는다’는 뜻이다. (사진=인터넷 캡쳐) 

이제 제주도에서는 매화축제가 시작되었다. 매화가 지고 벚꽃이 피기 시작하면 복사꽃도 곧 덩달아 피기 시작한다. 주역에서는 ‘끼’를 복사꽃, 즉 도화(桃花)라 했다. 화사한 봄햇살에 흐드러지게 핀 복사꽃을 보면 누군들 발길을 멈추지 않을 수 있으며, 어느 시인이 그 화사함을 노래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조선 후기의 문신 백경현(白景炫, 1792~1846)은 "장송이 푸른 곁에 도화는 붉어있다/ 도화야 자랑마라 너는 일시 춘색이라/ 아마도 사철 춘색은 솔뿐인가 하노라“라는 시조에서 사계절 늘푸른 소나무와 같은 충신을 칭송하면서, 일시적으로 붉은 빛의 아름다운 모습을 보이는 복사꽃을 간신배로 비유했다. 

여당인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출마한 당대표•최고위원 후보들 사이에서 ‘간신배’ 논쟁이 벌어졌다. 간신(奸臣) 또는 간신(姦臣)이란 한마디로 '간사한 신하'라는 뜻이다. 간사한 신하란 그 마음가짐이 신하로서 갖춰야할 바른 마음을 내팽개치고 오로지 자신의 이익만을 위해 온갖 수단을 써서 군주나 자신이 모시는 주군을 해롭게 하는 자라 할 수 있다.

君耳唯聞堂上言 (군이유문당상언)
君眼不見門前事 (군안불견문전사) 
貪吏害民無所忌 (탐리해민무소기)
奸臣蔽君無所畏 (간신폐군무소위)

당나라의 백거이는 채시관(采詩官)이란 시에서 이렇게 당시의 세태를 질타했다. ‘임금의 귀는 오직 자기곁에 있는 사람의 말만 들을 뿐/ 임금의 눈은 문앞의 일은 보지 못하네/ 탐관오리들은 백성을 거리낌없이 해치고/ 간신들은 임금을 가리고도 두려움이 없다네’라는 뜻이다.

채시관이란 주나라때 각지역을 돌아다니며 백성들의 노래를 채집해 조정에 보고하는 관직이다. 백성들의 노래인 민요를 통해 당시 정치에 대한 여론을 듣자는 취지였다. 이렇게 전해진 것이 바로 시경의 국풍이다. 임금의 잘못을 바로 잡으라고 강직한 간관(諫官)이 있었고, 또 각지역 백성들의 여론을 바로 듣기위해 채시관을 두었던 것이다. 백거이의 시에서 '간신이 임금의 이목을 가린다'는 뜻의 '간신폐군(奸臣蔽君)'이란 성어가 유래했다.

춘주시대 송나라에 술빚는 솜씨가 뛰어난 장씨라는 사람이 주막을 차려 술을 팔았다. 그는 손님들에게 친절했고 양심적으로 가게를 운영했다. 그런데도 만들어 놓은 술이 팔리지 않아 시어버리는 바람에 버리는 일이 한두번이 아니었다. 답답한 마음에 마을의 현자에게 찾아가 자초지종을 이야기하고 그 이유를 물었다.

현자는 이야기를 듣고나더니 느닷없이 마당의 개가 사납지 않느냐고 물었다. 장씨가 술장사와 개가 무슨 상관이냐며 되묻자 현자는 "자네집의 개가 너무 사나워서 손님이 술을 사러오려 해도 개가 갑자기 손님에게 짖어대니 이것이 바로 술이 시도록 팔리지 않는 이유일세“(公之狗甚猛 而人有持器而欲往者 狗輒迎而吠之 是以酒酸不售也 공지구심맹 이인유지기이욕왕자 구첩영이폐지 시이주산불수야)"라고 답한다

한비자의 외저설우(外儲說右)편, 안자춘추 문상(問上)편 등에 전해지는 고사로 여기서 '개가 사나우면 술이 시어진다'는 '구맹주산(狗猛酒酸)'이라는 성어가 유래했다. 속뜻은 '간신이 득세하면 재능있는 신하가 오지 않는다'는 말이다. '구악주산(狗惡酒酸)'이라고도 한다.

중국 전한 말기의 유향은 육정육사(六正六邪)로 간신과 충신을 각각 여섯부류로 나누었다. 육정신은 성신(聖臣)•양신(良臣)•충신(忠臣)•지신(智臣)•정신(貞臣)•직신(直臣)이며, 육사는 구신(具臣)•유신(諛臣)•간신(奸臣)•참신(讒臣)•적신(賊臣)•망국신(亡國臣) 등이다. (사진=인터넷 캡쳐)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지도자들은 누가 충신이고 누가 간신인지 파악하려고 늘 고민했을 것이다. 하지만 군주자신도 준비가 돼있어야 훌륭한 신하를 만날 수있다. 충신과 간신을 구별하는 문제는 인류역사상 지도자들의 오랜 숙제였다. 

이를 비록 2분법일지언정 명쾌하게 해결해준 인물이 바로 전한 말기의 유향(劉向, BC 77~BC 6년)이다. 그는 '설원(說苑)' 제2권인 '산술(臣術)'에서 육정육사(六正六邪)로 충신과 간신을 각각 여섯부류로 나누었다. 

육정신(六正臣)은 ▲성신(聖臣 그야말로 성인에 버금가는 신하 ▲양신(良臣 어진 신하) ▲충신(忠臣) ▲지신(智臣 지혜로운 신하 ▲정신(貞臣 곧은 신하, 뇌물을 받지않고 검소한 신하 ▲직신(直臣 곧은 신하. 군주 면전에서 과실을 말할 수있는 신하) 이다.

육사신(六邪臣)은 ▲구신(具臣, 具는 시체를 세는 단위. 아무 구실도 못하고 단지 숫자만 채우는 신하) ▲유신(諛臣 군주에게 아첨만 하는 신하) ▲간신(奸臣 간사한 신하.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 공명정대함을 저버리는 신하) ▲참신(讒臣 남을 짓밟고 올라가기 위해 군주에게 거짓을 고하는 신하) ▲적신(賊臣 개인적 이익만 추구해 반역하거나 불충한 신하) ▲망국신(亡國臣 나라를 망하게 하며 적을 이롭게 하는 신하) 등이다.

유향은 육사신에서 세번째에 간신을 따로 분류하고 있지만, 넓은 의미에서 여섯부류의 사신 모두 뭉뚱거려 간신이라해도 크게 벗어나지는 않는다.

간신이 영화나 드라마에서처럼 사악한 눈빛과 음흉한 미소, 비열한 몸짓으로 정형화되었으면 얼마나 좋으랴. 그렇다면 지도자나 주위의 인물들이 금방 눈치챌텐데 말이다. 안타깝게도 그렇지 않았기 때문에 오랜 옛날부터 간신들에게 속고 놀아나는 미련한 군주들이 숱하게 많았던게 아닌가. 진짜 간신은 충신처럼 보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충신과 간신은 역사가 판단한다고는 하지만, 요즘은 예전과 달리 많은 정보를 접할 수 있는 까닭에 충간(忠奸)을 판단할 수 있는 역사의 사이클도 짧아졌다. 우리는 한 세대가 지나기 전에라도 그 결과를 충분히 알 수 있을 것이다.

이형로는
동국대 철학과를 졸업했으며 대만대학 철학연구소와 교토대학 중국철학연구소에서 수학 후 대학 등에서 강의를 했다. 현재 덕수궁에서 근무하며 스스로를 '덕수궁 궁지기'라고 부른다.
저서로는 ‘궁지기가 들려주는 덕수궁 스토리’, ‘똥고집 궁지기가 들려주는 이야기’(2018년)에 이어 2019년말 '궁지기가 들려주는 꽃*나무의 별난 이야기'를 펴내기 시작해서 현재 9권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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