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용의 재계춘추(財界春秋)(45) 소아과의사 집념이 만든 두유 ‘베지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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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용의 재계춘추(財界春秋)(45) 소아과의사 집념이 만든 두유 ‘베지밀’
  • 권오용 한국가이드스타 상임이사(전 SK그룹 사장)
  • 승인 2023.04.12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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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故 정재원 정식품 명예회장, 모유•우유 못먹는 아기위해 개발
- 시장점유율 50%대 ‘두유 대명사’
정식품 창업자 고(故) 정재원 명예회장. 소아과의사인 정 명예회장은 1960년대 유아들이 영양실조와 합병증으로 목숨을 잃는 안타까운 일의 원인중 하나가 모유와 우유의 유당성분을 소화시키지 못하는 유당불내증이라는 알아내 콩으로 만든 식물성 우유인 베지밀을 개발했다. 정식품의 베지밀은 국내 두유시장의 50%이상을 차지하며 '두유의 대명사'로 통한다. (사진=정식품)     

1973년 탄생해 반세기 가까이 국민과 함께한 ‘베지밀’은 두유의 대명사로 통한다. 여러 식품업체들이 두유제품을 선보였지만, 여전히 베지밀의 아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현재도 시장 점유율 50%이상을 유지하며 선두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베지밀은 고(故) 정재원 정식품 명예회장의 일대기와 따로 생각할 수 없는 제품이다. 정 명예회장은 19세이던 1937년 최연소로 의사고시에 합격했다. 서울 명동 성모병원에서 소아과의사로 일했다. 어린 환자들을 치료하며 원인모를 영양실조와 합병증으로 아까운 목숨을 잃는 아기들을 본 그는 1960년대 유학을 결심한다. 아기들이 숨지는 원인을 알고 해답을 찾기 위해서다. 

영국과 미국에서 연구를 거듭한 정 명예회장은 모유나 우유에 함유된 유당 성분을 소화시키지 못하는 ‘유당불내증’이 원인이라는 것을 알아냈다. 이후 어머니가 만들어주던 콩국에서 착안해, 콩으로 만든 식물성우유 개발에 몰두한다.

그의 뚝심은 1966년 유당이 없지만 영양소가 풍부한 베지밀 개발로 결실을 맺었다. 베지밀이라는 이름은 식물성 우유라는 뜻의 영어 ‘베지터블 밀크’(Vegetable Milk)에서 따왔다. 1967년 ‘영양성두유 제조방법’ 국내특허(제1971호)와 영양식품허가를 획득하고 시제품을 생산했다. 

본격 시판을 준비했지만 난관도 있었다. 주변에서 사업이 실패할 것이라며 만류했고, 자금력이 있는 업체들이 거들떠 보지도 않았다. 결국 정 명예회장은 먼저 가내수공업 형태 제조를 결정했다. 쉰이 훌쩍 넘은 나이였다. 본인이 운영하던 정소아과 옆 66m² 남짓한 지하실에 소형 파일럿 기계와 콩을 가는 기계, 소독기계를 들여놨다. 

병 제작은 별도 의뢰했지만 병 소독이나 세척은 정재원 명예회장 부인 고 김금엽 여사 몫이 되고 말았다. 이렇게 수작업으로 생산된 제품이 하루 500병 정도였다. 우선 어린이 환자에게 무료나 저렴한 가격으로 공급했다. 정재원 명예회장은 제품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실험용 쥐 3000여 마리를 직접 사육하면서 실험을 거친후에야 공급했다. 

베지밀 출시 초기 정 명예회장의 첫 외손자가 태어났다. 하지만 딸이 모유가 나오지 않아 생후 7일째 되는 날부터 외손자에게 우유를 먹였는데 그냥 토하고 설사를 했다. 건강이 악화돼 갓난아기에게 링거를 놓았지만 효과가 없었다. 속수무책인 상황에서 베지밀을 먹였더니 거부반응 없이 잘 먹었다.

이런 우유 알레르기 현상은 정 명예회장 둘째 아들의 손자•손녀에게도 일어났지만 베지밀을 먹인 후부터 모두 건강해졌다. 정 명예회장은 제품 가치를 더욱 확신하게 됐다. 

정식품 청주공장은 최첨단 자동화공장으로 하루에 두유및 음료 약 250만개를 생산한다. 정식품의 베지밀은 첫출시이후 지난해까지 150억본(팩기준)이 넘는데, 이를 일렬로 세우면 서울-부산을 1850번 왕복할 수있으며 지구를 39.5바퀴 돌고도 남는 양이다. (사진=정식품) 

애초 베지밀을 소아과의 유당불내증 치료식으로 선보였지만 입소문이 퍼지면서 찾는 이들이 점점 늘었다. 정재원 명예회장은 1973년 경기도 용인에 베지밀 생산공장을 짓고 ‘정식품’을 설립했다. 1984년엔 당시 세계 최대 규모와 시설을 갖춘 청주공장을 준공했다. 청주 산업단지 내 최적의 위치에 자리한 청주공장은 대지 7만4937m², 연건평 3만3983m²의 규모로 지어진 최첨단 자동화 공장으로 두유 및 음료를 1일 약 250만 개를 생산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추고 있다. 

정식품은 네덜란드의 스토크와 서독의 PKL로부터 자동화설비를 도입해 멸균 포장용기를 사용한 제품을 생산했다. 이후 정식품은 어른용 담백한 베지밀A(Adult)와 아이용 달콤한 베지밀B(Baby)를 출시했고, 남녀노소 모두에게 인정받는 두유 브랜드로 자리잡게 됐다. 

2022년까지 판매된 베지밀은 150억본(팩기준)을 넘는다. 일렬로 세우면 서울에서 부산까지 약 1850번 왕복할 수있으며 지구를 39.5바퀴 돌고도 남는다. 지금이야 두유제품이 유행해서 여러 회사에서 다양한 제품이 생산되고 있지만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베지밀은 사실상 두유의 대명사였다. 시장점유율이 50% 이하로 내려간 적이 없고 한국산업의 브랜드파워 1위를 21년 연속 수상했다. 

과거에는 팩제품에 플라스틱 빨대를 넣었으나 2021년부터는 ESG의 일환으로 종이 빨대로 바뀌었다. 특히 올해는 베지밀 탄생 50주년이 되는 해로 맛과 영양 등 기본은 지키면서도 창업자의 정신을 살려 사회에 공헌하는 새로운 기업상을 선보일 예정이다. 

권오용은
고려대를 졸업했으며 전국경제인연합회 국제경제실장•기획홍보본부장, 금호그룹 상무, KTB네트워크 전무를 거쳐 SK그룹 사장(브랜드관리부문), 효성그룹 상임고문을 지낸 실물경제와 커뮤니케이션 전문가다. 현재 공익법인 한국가이드스타 상임이사로 기부문화 확산과 더불어 사는 사회 분위기 조성에 힘쓰고 있다. 저서로는 대한혁신민국(2015), 권오용의 행복한 경영이야기(2012),가나다라ABC(2012년), 한국병(2001년)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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