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용의 재계춘추(財界春秋)(49) 영국왕실이 찾은 이랜드, K패션 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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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용의 재계춘추(財界春秋)(49) 영국왕실이 찾은 이랜드, K패션 선도
  • 권오용 한국가이드스타 상임이사(전 SK그룹 사장)
  • 승인 2023.08.11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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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찰스3세 국왕, 지난달 스코틀랜드 자회사 방문
- 보세 옷가게로 출발…내놓은 브랜드마다 대히트
- 의식주미휴(衣食住美休) 사업다각화…지난해 매출 5조 넘겨
이랜드는 박성수 창업자겸 회장이 1980년 이화여대 앞에 문을 연 보세옷가게 ‘잉글런드’에서 출발, 의•식•주•미•휴(衣食住美休)로의 사업다각화와 함께 오늘날 미국•유럽•중국•동남아 등 세계 10개국에 진출했으며 매출 5조원이 넘는 K패션 대표기업중 하나로 성장했다. (사진=이랜드)  

영국의 찰스3세 국왕과 커밀라 왕비가 지난 7월6일 스코틀랜드 셀커크 지역에 있는 패션기업 ‘로캐론(Lochcarron of Scotland)’ 본사를 찾았다. 매년 국왕이 일정기간 스코틀랜드에 머무르는 로얄위크(Royal Week) 기간 중이었다. 현지에서는 영국왕실이 K패션과 만났다고도 했다. 로캐론을 2011년 이랜드가 인수한 계열회사이기 때문이다.

K패션의 대표기업으로 지난해 5조328억원에 이르는 매출을 올린 이랜드의 탄생은 1980년 9월23일, 이화여대 광생약국 앞의 조그만 보세 옷가게 ‘잉글랜드’였다. 창업이후 이랜드는 국내에서 유례를 찾기힘들 정도로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며 ‘이랜드 신화’를 낳았다. 

83년 브렌따노를 시작으로 85년 언더우드, 89년 헌트, 리틀브렌 등 내놓는 브랜드마다 공전의 히트를 쳤다. 헌트는 1993년 단일 브랜드로는 연간매출 1000억원을 돌파한 국내최초 패션브랜드에 등극하기도 했다.

프랜차이즈 후드티를 뜻하는 ‘맨투맨’은 박성수 이랜드 회장이 용어를 직접 만들었고, 구김이 안가는 ‘링클프리’ 면바지 역시 이랜드가 최초로 상품화했다. 백화점과 재래시장으로 양분된 국내시장에서 본격 캐주얼시대를 연 이랜드는 합리적인 가격으로 국민적 인기를 끌었다.

한국경제가 급상승하던 1990년대. 이랜드는 패션을 잇는 제2의 성장엔진이 절실했다. 브랜드가 늘면서 생겨나는 패션재고를 해결할 수있는 대안도 필요했다. 박 회장은 국내에 백화점 외에는 중산층이 이용할만한 유통채널이 없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2년여간 TF팀을 꾸려 유통시장 조사에 나서 신개념 유통사업을 구체화했다.

1994년 4월 개점한 ‘2001 아울렛’ 당산점. ‘백화점을 할인한다’는 슬로건으로 백화점처럼 쾌적하지만, 가격은 50~80% 저렴한 새로운 유통공간은 소비자와 업계의 큰 반향을 불러왔다. 현재 이랜드리테일은 뉴코아아울렛, NC 등 50여개 유통점포를 보유하고 있다. 아울렛분야에서 이랜드 위상은 가히 독보적이다.

찰스3세 영국 국왕이 지난달 스코틀랜드에 있는 이랜드 계열사 로캐론을 방문, 회사관계자의 안내로 시설을 둘러보고 있다. 현지에서는 찰스3세의 로캐론 방문을 두고 영국왕실과 K패션의 만남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다. (사진=이랜드)

이랜드의 해외진출도 비슷한 시기에 이뤄졌다. 1994년 생산기지 차원에서 중국에 진출한 이후 현재 20여개 패션브랜드를 해외에서 운영중이다. 1995년에는 이른바 ‘떡볶이 코트’로 불리는 더플코트의 원조브랜드인 영국 ‘글로버올’을 인수하며 유럽시장에 진출했다. 이후 이탈리아 브랜드 ‘벨페’, ‘라리오’에 이어 2011년 ‘만다리나덕’, ‘코치넬레’까지 인수했다. 

이번에 찰스3세 국왕이 방문한 로캐론은 코로나19가 발생했던 2020년을 제외하고 내내 흑자를 유지하고 있다. 유럽브랜드들의 취약한 비즈니스역량이 이랜드의 가세로 강화된 덕분이다.

국내 중저가 시장에서 성공경험을 갖고 있던 이랜드가 전혀 다른 제품군을 가지고 전혀 다른 불모지의 시장에서 포지셔닝을 한다는 전략은 무모하게 여겨질만큼 위험한 도전이었다. 그러나 포화상태인 내수시장의 한계를 인식하고 반대로 해외 고급의류 시장을 겨냥하겠다는 전략은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최선의 선택이기도 했다.

승승장구하던 이랜드는 1997년말 IMF 외환위기가 터지면서 최대 시련을 맞았다. 일시적인 자금 유동성 부족은 급기야 부도 일보직전의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았다.

절체절명의 순간 기적이 일어났다. 국내 투자기업을 물색하던 외국인 투자자로부터 400억원의 거액을 유치했다. 투자자는 사모펀드인 워버그핀커스(Warburg Pincus LLC). 다른 기업과 달리 이중장부를 갖고 있지 않다는게 투자이유였다. 이랜드의 경영투명성은 어느 선진기업 못지 않았다. 거기다 실사과정에서 워버그핀커스로부터 익힌 선진기법은 뒤에 이랜드가 보여준 수많은 인수합병(M&A)의 밑거름이 됐다.

패션사업으로 출발한 이랜드는 유통•건설•레저•외식 등으로 사업을 다각화했다. 국민소득이 높아지면 삶의 질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산업이 발전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의•식•주•미•휴(衣食住美休)로 대표되는 지금의 사업영역의 틀은 이미 30년전에 짜여졌다. 패션 전문기업에서 출발해 유통 전문그룹의 면모를 갖춰가고 있는 이랜드의 진화는 지금도 진행중이다.

권오용은
고려대를 졸업했으며 전국경제인연합회 국제경제실장•기획홍보본부장, 금호그룹 상무, KTB네트워크 전무를 거쳐 SK그룹 사장(브랜드관리부문), 효성그룹 상임고문을 지낸 실물경제와 커뮤니케이션 전문가다. 현재 공익법인 한국가이드스타 상임이사로 기부문화 확산과 더불어 사는 사회 분위기 조성에 힘쓰고 있다. 저서로는 대한혁신민국(2015), 권오용의 행복한 경영이야기(2012),가나다라ABC(2012년), 한국병(2001년)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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