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용의 재계춘추(財界春秋)(50) 최고의 보험은 교육…'국민책방' 만든 신용호 선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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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용의 재계춘추(財界春秋)(50) 최고의 보험은 교육…'국민책방' 만든 신용호 선생
  • 권오용 한국가이드스타 상임이사(전 SK그룹 사장)
  • 승인 2023.09.07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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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보생명 창업자…주변 반대딛고 금싸라기땅에 교보문고 세워
- 서점 ‘책 사는 곳→읽고 만나는 공간’으로 변화
- 연 5000만명 방문, 4000만권 판매 ‘복합문화공간’…서울미래유산 지정돼
한국 보험사에 큰 족적을 남긴 신용호 교보생명 창업자는 어릴적 몸이 아파 학교 문턱도 밟지못했지만 교육의 중요성을 일찍 깨닫고 평생의 철학으로 삼았던 기업인이다. 그는 광화문 네거리의 금싸라기 땅에 ‘돈 안된다’는 주변의 반대를 무릅쓰고 교보문고를 세웠고, 교육 및  문화 활동에 아낌없는 지원을 했으며, 그런한 공로로 문화금관훈장을 수훈했다. (사진=교보생명)

“사통팔달 제일의 목에 청소년을 위한 멍석을 깔아줍시다. 와서 사람 만나고 책과 만나고 지혜와 만나고 희망과 만나게 합시다. 책을 읽은 청소년들이 작가나 대학교수, 사업가, 대통령이 되고 노벨상도 탄다면 그 이상 나라를 위하는 일이 어디 있으며 얼마나 보람있는 사업입니까”

‘국민책방’ 교보문고를 만든 교보생명 창업자 대산(大山) 신용호 선생의 말이다. 신용호 선생은 세계 최초로 교육보험을 창안하고 교보생명을 세운 인물이다. 그가 광화문 네거리 금싸라기 땅에 돈도 안되는 서점을 들이겠다고 했을 때 임직원들은 모두 반대했다.

반대를 무릅쓰고 교보문고가 탄생할 수있던 배경에는 신용호 선생의 남다른 철학이 있었다. 어릴적 몸이 아파 학교 문턱도 밟아보지 못했던 그는 배움에 대한 갈증을 ‘천일독서(千日讀書)’를 통해 해결했다. 청소년들이 책을 통해 지혜를 얻고 올바른 교육을 통해 참사람으로 성장해 나가기를 꿈꿨던 그는 60년간 간직했던 뜻을 교보문고 설립에 투영했다. 그때가 1981년 6월이다.

그 후로 37년, 광화문 교보생명빌딩 지하 1층에 위치한 교보문고는 연간 5000만명이 방문하고 4000만권의 도서가 판매되는 서점으로 성장했다. 현재 교보문고는 단일면적으로 세계 최대 규모로, 서가 길이는 무려 24.7km에 달한다. 

개점과 동시에 대한민국의 명소가 됐고 지금은 명실상부 만남과 휴식의 복합문화공간으로 탈바꿈했다. 최근에는 5만년 된 카우리 나무로 100명이 동시에 앉아 책을 읽는 장관을 연출할 수 있는 테이블을 들여놨다. 서점이 단순히 책을 사는 장소에서 책을 읽고 더 많은 시간 동안 책과 함께 할 수 있는 공간으로 발전한 것이다.

서점을 ‘책을 사는 곳만이 아닌 읽고 만나는 공간’으로 만든 교보문고는 지난해 100명이 동시에 앉아 책을 읽을 수있는 테이블을 마련했다. 오늘날 교보문고는 연간 방문객 5000만명, 판매도서 4000만권에 이르는 독서-만남-휴식의 복합문화공간 명소로 자리매김했으며 지난해 서울미래유산으로 지정됐다. (사진=교보문고)

교보문고는 배려와 공감이 부족한 이 시대에 사람 냄새나는 독특한 다섯가지 지침을 내놓았다. 이는 신용호 선생이 직접 만들어 직원들에게 알리고 이를 실천하도록 당부했고 그때부터 지금까지 이어져온 것이다. 

다섯가지 지침은 ▲모든 고객에게 친절하고 초등학생들에게도 존댓말을 쓸 것 ▲한 곳에 오래 서서 책을 읽어도 그냥 둘 것 ▲책을 이것저것 보고 사지 않더라도 눈총 주지 말 것 ▲책을 노트에 베끼더라도 그냥 둘 것 ▲책을 훔쳐가더라도 망신 주지말고 눈에 띄지 않는 곳에서 좋은 말로 타이를 것 등이다. 청소년들이 책을 통해 큰 그릇이 되고 참된 인재로 커나가길 바라는 그의 마음을 고스란히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올해로 탄생 100주년이 되는 신용호 선생은 평생 생명보험 외길을 걸어온 인물이다. 1936년 약관의 나이에 중국으로 건너가 곡물사업 등을 펼쳤고 일제 몰래 독립운동 자금을 대기도 했다. 해방후 귀국해 출판, 염색, 제철사업 등을 하다 1958년 세계최초의 ‘교육보험’을 창안하며 대한교육보험을 설립했다. “담배 한갑 살 돈만 아끼면 자녀를 대학에 보낼 수 있다”고 고객을 만나 설득했다. 이후 30년간 교육보험을 통해 학자금을 받은 300만명은 경제발전의 주역으로 활약했다. 

보험의 노벨상이라고 불리는 ‘세계보험대상’을 수상하고 ‘보험의 대스승’으로 추대되는 등 기업가로서 한국 보험사에 큰 족적을 남겼다. 그러나 2003년 9월 세상을 뜰 때까지 그의 삶을 관통했던 키워드는 다름아닌 ‘교육’이었다. 교육보험을 창안하고 교보문고를 세워 국민교육 진흥에 앞장섰던 그의 노력이 사후 20주기를 맞아 다시금 조명되고 있다.

입구 표지석에 새겨진 ‘사람은 책을 만들고 책은 사람을 만든다’라는 글귀는 교보문고만의 변함없는 철학을 보여준다. 남녀노소 할 것 없고, 계절의 부침도 없다. 책이 필요해서, 약속시간이 남아서, 누군가는 점심시간을 이용해 고된 몸을 잠시 쉬어가기 위해 누구나 내집 마냥 드나 들 수 있는 곳. 교보문고가 ‘국민책방’으로 불릴 수 있는 이유다.

서울 문화공간의 상징적 역할을 수행해 온 이곳은 지난해 서울시에 의해 서울미래유산으로 지정돼 그 의미를 더했다.

권오용은
고려대를 졸업했으며 전국경제인연합회 국제경제실장•기획홍보본부장, 금호그룹 상무, KTB네트워크 전무를 거쳐 SK그룹 사장(브랜드관리부문), 효성그룹 상임고문을 지낸 실물경제와 커뮤니케이션 전문가다. 현재 공익법인 한국가이드스타 상임이사로 기부문화 확산과 더불어 사는 사회 분위기 조성에 힘쓰고 있다. 저서로는 대한혁신민국(2015), 권오용의 행복한 경영이야기(2012),가나다라ABC(2012년), 한국병(2001년)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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