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스로를 돌아보고 허물 찾아봐라…그래야 사람들 마음 얻을 수있어
며칠전 출근길에 세검정을 지나던 버스가 골목길에서 갑자기 튀어나온 어린애 때문에 급정거를 했다. 이 바람에 다음 정류장에서 내리려던 한 아주머니가 손목에 찰과상을 입었다. 마침 운전석 바로 뒷자리에 앉아있던 필자는 이 광경을 처음부터 목격하게 되었다.
아주머니는 병원에 가서 치료를 해야한다며 운행하던 버스를 큰소리로 세우라 했다. 그제서야 버스기사는 많이 다쳤냐며 물어보았다. 그녀는 상처부위가 쓰라리다며 당신이 급정거를 하는 바람에 다쳤다고 하고, 기사는 운행중에 손잡이도 안 잡은 탓이라고 맞받아치며 옥신각신했다. 버스를 세워놓고 두 사람의 언쟁이 계속되자 승객들이 불만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출근 시간이 빡빡했던 필자는 기사가 어린애 때문에 부득이하게 급정거한 것이니 아주머니께서 이해를 하시라 했더니 그런 사정이 있는지 몰랐다며 기사에게 미안하다고 했다. 그러자 버스 기사도 미안하다며 치료받고 치료비를 청구하라며 명함을 건넸다. 아주머니가 승객들에게도 미안하게 됐다고 하자 승객들은 웃으며 두 사람에게 박수를 보냈다.
이 버스 안에 공자가 있었다면 그도 박수를 쳤을 것이다. 논어 위령공편(衛靈公篇)에서 공자는 ‘君子求諸己 小人求諸人’(군자구제기 소인구제인, 제대로 된 사람이라면 잘못의 원인을 자신에게서 찾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그것을 남에게서 찾는다)라고 강조했기 때문이다.
논어 헌문편(憲問篇)에는 ‘不怨天 不尤人 下學而上達 知我者 其天乎’(불원천 불우인 하학이상달 지아자 기천호)라는 구절이 있다. ‘하늘을 원망하지 않고 다른 사람을 탓하지 않으며, 아래로 인간사를 배워 위로 진리에 통달한다. 나를 알아주는 것은 하늘일 것이다‘라는 뜻이다.
또한 중용 14장에서는 ‘正己而不求於人則無怨 上不怨天 下不尤人’(정기이불구어인즉무원 상불원천 하불우인)이라고 했다. ‘오직 자기 자신을 바르게 하고 남에게서 일체 허물을 찾지 않으면 원망할 일이 없으니, 위로는 하늘을 원망하지 않으며 아래로는 남을 탓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공자는 이처럼 '하늘을 원망하지 않고 남 탓으로 돌리지 않고(不怨天 不尤人)' 자성하며 평생을 살았다.
요즘 공맹(孔孟)을 입에 올리면 고리타분하다고 할지도 모르겠으나 적어도 맹자는 담대한 호연지기(浩然之氣)를 지닌 인물이었다. 그는 비굴하지 않았으며 스스로의 잘못을 인정한 떳떳함도 지닌 인물이었다.
그는 이루상편(離婁上篇)에서 ‘行有不得者 皆反求諸己 其身正而天下歸之’(행유부득자 개반구제기 기신정이천하귀지, 실행해서 내가 기대한 것만큼 얻어지지 않을 때는 모두 그 원인을 나에게서 찾아야 하니 자기 자신이 올바르다면 온세상이 따를 것이다)라며 공자의 말을 되씹었다.
또한 공손추편(公孫丑篇)에서는 "어진 자는 활 쏘는 사람과 같아서 활을 쏘는 사람은 자신을 바르게 한 후에 활을 당기는데 쏘아서 적중하지 못하면 '나를 이긴 자를 원망하지 않고 오히려 나 자신에게서 원인을 찾는다'(不怨勝己者 反求諸己而已 불원승기자 반구제기이이)"라고도 했다.
공자와 맹자가 역설한 '반구제기(反求諸己)'는 '오히려 자신에게서 허물을 찾는다'라는 뜻으로, '무언가 일이 잘못되면 남을 탓하지 않고 스스로를 돌아본다'는 의미다. 내가 남을 좋아하는데 상대방이 나를 싫어한다면 내 사랑이 부족한지 돌아봐야 하고, 사람을 다스리려는데 다스려지지 않으면 내 지혜가 부족한지 돌아봐야 마땅하다.
양혜왕장구(梁惠王章句) 하편에는 맹자와 제나라 선왕(宣王)과의 유명한 대화가 있다. 선왕은 옛날 주나라 문왕은 사방 70리의 동산을 가지고 있었고 자기는 겨우 사방 40리밖에 안되는 동산을 가지고 있는데, 왜 백성들이 오히려 내 동산이 크다고 하는가하고 묻는다.
이에 맹자는 문왕은 동산에서 나뭇꾼이나 사냥꾼들이 자유롭게 드나들며 나무를 하거나 사냥을 마음대로 하게 놔두었다. 그러니 백성들은 오히려 작다고 여긴 것이다. 그러나 당신은 그보다 작은 동산임에도 그곳에서 나무나 사냥을 하는 사람들을 가혹하게 처벌해 백성들이 너무 크다고 생각하는 것이니, 너무나 자연스런 현상이라 답한다. 이것이 바로 '백성과 더불어 즐겨 백성의 마음을 얻으라'는 '여민동락(與民同樂)'의 정신이다.
맹자는 당시에도 백성이 국왕에 복속되는 존재가 아니라 오히려 나라가 국민은 위해 존속한다고 생각하였다. 민심을 잃으면 국왕의 자격도 상실된다는 사실을 뼛속까지 새겨야할 것이라는 충고다.
걸왕(桀王)은 혼군(昏君)으로 하왕조의 마지막 왕이었다. 그의 폭정을 무너뜨리고 은왕조를 세운 탕왕(湯王) 밑에는 훌륭한 재상 이윤(伊尹)이 있었다. 탕왕은 그에게 천하는 어떻게 다스려야하는지 자문을 구했다.
이윤은 ‘欲取天下 天下不可取 可取 身將先取’(욕취천하 천하불가취 가취 신장선취/ 천하를 다스리고자 하면 천하는 다스려질 수 없습니다. 천하를 다스리려면 내 몸을 먼저 다스려야 합니다)라고 답한다. 모든 일의 근본은 반드시 자기수련과 반성, 그리고 그에 따른 실천에서 시작된다고 강조한 것이다. 여씨춘추(呂氏春秋) 선기(先己)편에 나오는 일화다.
요즘 우리 정치인들의 행태는 여야를 막론하고 '내 탓'이 아닌 무조건 '남 탓'으로 돌리고 있다. 국민은 안중에도 없고 당리당략만이 있을 뿐이다. 정치란 국민들의 여론을 반영하는 것이 우선이다. 이를 등한시하고 무시한다면 정당은 그야말로 협잡꾼들의 집단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개인도 마찬가지다. 무슨 일이 벌어지면 자신의 잘못이나 실수를 무조건 '남 탓'으로 돌리려는 버릇이 몸에 밴 사람들이 있다. 내 인생의 주인공이 되기 위해서는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책임을 질 줄 알아야 한다. 공자의 말처럼 '잘못을 저지르고도 고치지 않는다면 이것이 바로 잘못'(過而不改 是謂過矣 과이불개 시위과의)이기 때문이다.
요즘 세태는 명심보감 성심편(省心篇)의 ‘不恨自家麻繩短 只怨他家古井深, 불한자가마승단 지원타가고정심‘이라는 경계의 글을 절로 떠오르게 한다. 자기집 두레박줄이 짧은 것은 탓하지 않고, 남의 집 우물이 깊은 것만 탓해서야 되겠는가.
이형로는 동국대 철학과를 졸업했으며 대만대학 철학연구소와 교토대학 중국철학연구소에서 수학 후 대학 등에서 강의를 했다. 현재 덕수궁에서 근무하며 스스로를 '덕수궁 궁지기'라고 부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