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용의 재계춘추(財界春秋)(53) LG-GS, 아름다운 이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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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용의 재계춘추(財界春秋)(53) LG-GS, 아름다운 이별
  • 권오용 한국가이드스타 상임이사(전 SK그룹 사장)
  • 승인 2024.01.09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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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5년 매출액 85조원…잡음없는 계열분리
- ‘인화(人和)’ 경영이념…복잡한 가계도, 동업구조에도 반목•갈등없이 분가
LG그룹과 GS그룹의 계열분리 이전인 1995년 구본무 LG그룹 회장(왼쪽 두번째)과 허창수 LG전선 회장(세번째)이 LG전자 평택공장을 찾아 생산라인을 점검하고 있다. LG그룹은 경영이념인 인화(人和)정신을 바탕으로 아무 잡음없이 계열분리에 성공, ‘아름다운 이별’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사진=LG그룹 홈페이지)  

“지난 반세기동안 우리 LG와 GS는 한 가족으로 지내며 수많은 역경과 고난을 이겨내고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으로 우뚝 섰습니다. GS가 새롭게 출발하는 것을 보니 남다른 감회로 가슴 뿌듯합니다.”

2005년 3월31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GS강남타워(옛 LG강남타워)에서 열린 GS그룹 출범식에 참석한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가슴 속엔 창업 3세대로서 만감이 교차했다. 축사를 마치고 행사장을 나서는 구본무 회장을 향해 동반자였던 허창수 GS그룹 회장과 임직원들은 일제히 기립해 박수를 보냈다.

57년에 걸친 구씨와 허씨 가문의 동업이 마무리되는 순간이다. 두 가문은 함께 하던 시절 뿐 아니라 헤어지는 순간까지도 서로를 존중했다. 2004년 4월 LG와 GS가 동업관계 청산을 공식 선포한 이후 1년동안 계열분리 작업이 진행됐지만 어떤 잡음도 나오지 않았다. 재계는 ‘아름다운 이별’이라고 평했다.

국내 대기업들의 승계과정에서 형제간 혹은 친인척간 다툼은 심심찮게 등장하는 이벤트다. 계열을 분리한 뒤에도 서로 반목과 갈등을 보이는 경우도 많다. 눈살이 찌푸려지는 마타도어식 투서가 오가고 심지어 부자간 연을 끊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LG는 복잡한 가계도와 두 가문의 동업이란 독특한 사업 구조에도 불구하고 잡음이 전혀 없었다.

LG그룹과 GS그룹의 사옥 트윈타워(윗사진)과 GS타워. 2005년 계열분리당시 63조원이던 LG그룹의 매출은 2022년 190조원으로, GS그룹은 23조원에서 61조원으로 모두 3배 안팎 증가했다. (사진=LG그룹/GS그룹 홈페이지)

양가의 원활한 동업은 LG 경영이념으로 유명한 인화(人和)정신에 기인한다. 두 집안은 자손은 많지만 모두 위계질서가 엄격한 유교적 가풍하에 자라 감히 문제를 일으키는 사람이 없었다. 사업적으로 필요할 때는 갑론을박하다가도 집안 어른의 최종결정에는 일사불란하게 따랐다.

LG그룹은 사돈관계인 고 구인회•허만정 창업회장이 1948년 공동창업한 락희화학공업(현 LG화학)으로 시작됐다. 장사에 밝았던 구인회 회장이 사업 구상을 했고, 만석꾼 거부였던 허만정 회장이 자금을 댔다. 락희화학이 성장하자 주변 형제들이 속속 가세했다. 

구씨 집안에선 구철회, 구정회, 구태회, 구평회 등 구인회 회장의 동생들은 물론 교편을 잡고 있던 맏아들 구자경 명예회장도 공장장으로 합류했다. 허씨 집안에선 허만정 회장의 3남 허준구를 시작으로 2남 허학구, 4남 허신구 등이 참여했다.

초창기엔 구씨 집안이 경영을 주도하고 허씨 집안은 자금관리를 도맡았다. 그러다 양가 구성원들이 각자 역량에 맞는 회사를 찾고 힘을 쏟으면 그 역할을 존중하고 서로 간섭을 삼갔다. 

다만 중책을 맡기 위해선 철저한 검증을 거쳐야 한다는 원칙은 지켜졌다. 구자경 명예회장은 회장직에 오를 때까지 18년간 현장에서 실무경험을 쌓았다. 구본무 회장과 허창수 회장도 주요 회사 각 부서를 두루거치고 해외지사에서도 근무하는 등 수십년동안 역량을 쌓고 회장에 취임했다. 

3세대에 이르러선 LG가 제조업 부문을, GS가 유통 및 에너지 중심의 서비스 부문을 맡는 구조가 됐다. 계열분리로 LG에는 LG전자와 LG화학, LG필립스LCD(LC디스플레이), LG이노텍 등 전자•화학•통신 부문 39개 계열사가 남았고, GS에는 LG칼텍스정유(GS칼텍스), LG유통(GS리테일), LG홈쇼핑(GS홈쇼핑), LG건설(GS건설) 등이 편입됐다.

LG 관계자는 “시작부터 정확하게 세운 기준에 따라 두 집안의 자손들은 선대의 약속을 지켜 서로의 선을 넘지 않았다”며 “두 집안이 각자 자기 몫에 대한 권리를 주장하기 전에 내 몫만큼 책임을 다하기 위해 더 열심히 뛰었다”고 말했다.

LG와 GS는 분가이후 각자 성공적으로 사업을 번창시켰다. 2022년 LG그룹 전체 매출은 190조원으로 2005년 그룹분리 당시 63조원에서 3배 늘었다. GS그룹도 같은기간 23조원에서 61조원이 됐다. 두 가문의 이별은 새로운 도약의 시작이었다.  

권오용은
고려대를 졸업했으며 전국경제인연합회 국제경제실장•기획홍보본부장, 금호그룹 상무, KTB네트워크 전무를 거쳐 SK그룹 사장(브랜드관리부문), 효성그룹 상임고문을 지낸 실물경제와 커뮤니케이션 전문가다. 현재 공익법인 한국가이드스타 상임이사로 기부문화 확산과 더불어 사는 사회 분위기 조성에 힘쓰고 있다. 저서로는 대한혁신민국(2015), 권오용의 행복한 경영이야기(2012),가나다라ABC(2012년), 한국병(2001년)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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