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형로의 고사성어로 보는 세상](107) 4•10 총선과 군자표변(君子豹變) 소인혁면(小人革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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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로의 고사성어로 보는 세상](107) 4•10 총선과 군자표변(君子豹變) 소인혁면(小人革面)
  • 이형로
  • 승인 2024.02.11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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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신의 잘못 분명히 바꾸는 군자…겉과 속 다른 소인배
- 선택의 기준…군자 찾기 어렵다면 표리부동 ‘정치꾼’은 걸러내야
청곡(晴谷) 박일규의 君子豹變(군자표변) 작품. 표범이 털갈이로 가죽의 색을 선명하게 하듯 군자는 자신의 허물이 있으면 바로 반성해 분명히 고친다는 뜻이다. 이와 대조되는 것이 小人革面(소인혁면)으로, 근본은 변하지 않으면서 겉모습만 변화가 있는 것처럼 꾸밀 뿐이라는 말이다. 두 달 앞으로 다가온 4•10 총선, 군자를 찾기 어려운 현실인만큼 표리부동한 소인배를 걸러내는게 쉬울 것 같다. (사진=인터넷 캡쳐)

필자에게 지인들은 감정의 변화가 그대로 얼굴에 나타난다는 말을 한다. 심지어 어떤 이는 변덕이 죽 끓듯하다고까지 말하지만 필자의 생각은 전혀 다르다. 사람이 워낙 솔직하다보니 그런게 아니냐는 자기변명에서다. 아무리 그렇다 해도 '정치꾼'들만 하겠는가. 그들은 참마음조차 감추고 얼굴은 물론 말과 행동마저 상황에 맞춰 수시로 바꾸는 귀재들이기 때문이다.

당나라 한산(寒山)은 시(제212수)에서 이렇게 읊었다. ‘可畏輪回苦 往復似飜塵 蟻巡環未息 六道難紛紛 改頭換面孔 不離舊時人 速了黑暗獄 無冷心性昏 (가외윤회고 왕복사번진 의순환미식 육도난분분 개두환면공 불리구시인 속료흑암옥 무냉심성혼)‘ 

‘두려워라 윤회의 고통이여/ 오고 감이란 세상 모든 티끌이 뒤집히는 듯하는구나/ 개미가 쉬지 않고 쳇바퀴 돌 듯/ 육도를 벗어나지 못하네/ 머리가 바뀌고 얼굴이 변해도/ 옛날의 그 사람과 다르지 않네/ 하루 빨리 그 깊은 어둠에서 벗어나/ 다시는 너의 심성을 어둡게 하지마라’

이 시에서 '머리를 고치고 얼굴을 바꾼다'는 '개두환면(改頭換面)'이란 성어가 유래한다. 즉 근본적인 마음은 고치지 않고 겉으로만 달라진 체한다는 의미다. 비슷한 말로는 '가장한다', '위장한다'는 뜻의 '교장타분(喬裝打扮)'이란 성어가 있다.

한산은 당나라 정원연간(貞元年間 785~804년) 전후에 생존했던 인물로 중국 천태산 한암(寒岩)에 은거했었기에 한산 또는 한산자(寒山子)로 불리운다. 한산의 행적에 대해서는 천태산 국청사의 습득(拾得)과 풍간(豊干)과의 교류가 있었다는 기록은 남아있으나, 그의 이름과 생애에 대해서는 정확히 알 수가 없다. 

그의 시는 당대 이후 민간에 유행돼 특히 불가에서 애호되면서, 송명대를 거쳐 여러 판본이 나오다 청대에 이르러 전당시(全唐詩)와 사고전서(四庫全書)에 실려 지금까지 사랑을 받고있다.

一謙四益(일겸사익)은 주역 겸괘(謙卦)에서 유래한 말로 한번의 겸손은 하늘(天)과 땅(地), 귀신(神), 사람(人)으로부터 유익함을 가져와 복으로 채워준다는 뜻이다. 4.10 총선에서는 '정치꾼'이 아니라 겸손하면서도 언행이 일치하는 선량들이 뽑히기를 바란다. (사진=인터넷 캡쳐) 

주역의 혁괘(革卦)는 새로운 변화 즉 혁명을 뜻한다. 상괘는 연못을 상징하는 태괘(兌卦), 하괘는 불을 상징하는 이괘(離卦)로 이루어졌다. 물과 불이 만났으니 갈등이 있을 수밖에 없다. 물은 불을 끄고, 불은 물을 말려버리려 하기 때문이다. 아래의 불은 새로운 세력이라 결국 불이 물을 이겨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낸다.

혁괘를 풀이할 때 등장하는 말이 '대인호변 군자표변 소인혁면(大人虎變 君子豹變 小人革面)'이다. 단순히 글자대로 번역하면 '대인은 호랑이처럼 변하고, 군자는 표범처럼 변하지만, 소인은 단지 얼굴 표정만 바꾼다' 정도가 된다.

혁(革)의 본뜻은 짐승의 가죽이다. 호랑이는 새끼 때부터 본래의 무늬와 색깔을 타고나서 다 자라서도 그 무늬와 색깔을 유지한다. 이것이 '대인호변'으로 대인은 선천적으로 타고난다는 뜻이다.

그런데 표범의 새끼는 거무스름한 볼품없는 털을 가지고 태어나지만 자라면서 전면적인 털갈이를 하여 마침내 표범 본연의 무늬와 색깔로 바뀐다. 새끼 때와는 확연히 다른 어미의 모습이 된다. 

그래서 군자는 표범처럼 어릴 때의 속털부터 겉털까지 모두 바꾼다고 한 것이다. 즉 군자는 자신의 잘못에 대해서는 분명하게 바꾼다는 것이 '군자표변'의 원래 의미다. 군자의 자기개선이나 자기혁신이란 좋은 의미가 지금은 '표변'만 따로 떼어 자기의 주장이나 언행이 갑자기 바뀐 행위를 일컬을 때 쓰고 있다.

하지만 소인은 어떤가. 근본은 아무 것도 바뀌지 않으면서 그저 얼굴 표정만 바뀔 뿐이다. 근본은 변하지 않으면서 겉모습만 변화가 있는 것처럼 꾸밀 뿐이다. 이것이 '소인혁면'이란 의미다.

주역 겸괘(謙卦)는 산이 땅 아래 있는 형상이다. 자신의 크고 높은 덕을 드러내지 않고 남에게 굽힌다는 뜻이 담겨 있다. 남에게 굽힌다는 말은 겸손함을 말한다. 겸괘에선 이런 겸손을 명겸(鳴謙), 노겸(勞謙), 휘겸(撝謙)으로 나누고 있다. 

명겸이란 겉으로만 그런 척하는게 아니라 내면에서 우러나와 목소리와 얼굴에 또 행동에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겸손이다. '한번의 겸손은 하늘과 땅 그리고 귀신과 사람으로부터 유익함을 가져와 복으로 채워준다(一謙四益 일겸사익)'는 뜻도 내포되어 있다.

노겸은 남다른 노력을 기울여 공을 세우고서도 스스로 겸손하여 자신을 낮추는 것이다. 천자문 제86조의 '庶幾中庸 勞謙謹勅(서기중용 노겸근칙, 중용에 가까워지려면 자신의 공을 내세우지 말고 겸손하며 삼가고 경계해야 한다)‘는 말과도 통한다.

휘겸의 휘(撝)는 엄지손가락을 의미한다. 엄지손가락은 지도자를 상징하는 것으로 나머지 네 손가락을 어루만지고 다스릴 수가 있다. 그런데 네 손가락이 엄지손가락을 감싸면 그 밑으로 들어간다. 표변의 군자 즉 지도자는 이처럼 국민 위에 군림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국민이 감싸안게 해야한다. 호변의 지도자는 말할 나위도 없다.

요즘 정치인들은 중국 ‘사천극(四川劇)’의 꽃이라는 ‘변검(變臉, 일인가면극)’의 특급자격증이라도 땄는지 변장의 귀재들이다. 

4•10 총선이 두 달 앞으로 다가왔다. 우리는 과연 어떤 인물을 선출해야 할까. 호랑이 같은 인물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보이지 않는다. 표범 같은 인물이라면 대환영인데 요즘 그런 인물이 있을까.

그런 인물을 찾기 전에 우선 이런 자들부터 거르는게 쉽겠다. 출마 전엔 폴더 인사하다 당선 후 목에 깁스를 한 것처럼 언행이 표변(나쁜 의미로)한 자, 국가의 이익보다 개인 영달을 위해 당적을 수시로 바꾼 자, 무책임한 공약 남발하고 당선 후 쓰레기통에 버린 자, 여생을 국가를 위해 바친다는 입에 발린 소리로 후배들의 길을 가로막는 자 등이다.

그런데 이런 정치꾼들을 거르다 보면 남는 인물은 과연 얼마나 될까?

이형로는
동국대 철학과를 졸업했으며 대만대학 철학연구소와 교토대학 중국철학연구소에서 수학 후 대학 등에서 강의를 했다. 현재 덕수궁에서 근무하며 스스로를 '덕수궁 궁지기'라고 부른다.저서로는 ‘궁지기가 들려주는 덕수궁 스토리’, ‘똥고집 궁지기가 들려주는 이야기’(2018년)에 이어 2019년말 '궁지기가 들려주는 꽃*나무의 별난 이야기'를 펴내기 시작해서 현재 9권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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