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형로의 고사성어로 보는 세상](108) 여야 공천과 사어지천(射魚指天) 호우고슬(好竽鼓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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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로의 고사성어로 보는 세상](108) 여야 공천과 사어지천(射魚指天) 호우고슬(好竽鼓瑟)
  • 이형로
  • 승인 2024.02.26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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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 잡아야하는데 활을 하늘향해 겨눠’
- 국민 기대와 동떨어진 ‘자탄자가(自彈自歌)’ 행태 후보자 선정
사어지천((射魚指天)은 ‘물고기를 잡으려는데 활을 하늘을 향해 겨눈다’는 말로 당치않은 일을 하려한다는 뜻이고, 호우고슬(好竽鼓瑟)은 '생황을 좋아하는데 거문고를 연주한다'는 말로 남의 비위를 맞추지 못하거나 구하려는 것에 엉뚱하게 대처할 때 쓰는 말이다. 4.10 총선을 앞둔 여야의 후보자 공천은 국민의 기대와는 동떨어진 것으로 사어지천, 호우고슬 성어를 절로 떠오르게 한다. (사진=인터넷 캡쳐) 

얼마전 늦은 퇴근후 친구와 식사 겸 한잔하러 서대문 사거리의 먹자골목에 들렸다. 단골 찌개집에는 자리가 없어 골목 위로 올라가보니 이층에 서문객잔(西門客棧)이란 간판이 보였다. 계단 앞에 있는 입간판을 얼핏 보고 올라가려는데 무언가 이질감을 느꼈다. 자세히 보니 '西問客棧'이라 씌여있는게 아닌가. 문 문(門)자가 물을 문(問)자로 돼있었다.

이상하다 여기며 안으로 들어가보니 무협영화의 객잔이 떠오르는 분위기였다. 음식을 시키려 메뉴판을 보니 거기에도 '西問'으로 씌여있었다. 주문을 하고 상호와 메뉴판의 글자가 왜 다른가 물었다. 그러자 처음 가게를 오픈했을 때는 정신이 없어 손님이 지적해줄 때까지 자기네도 몰랐단다. 간판을 고치려다 오히려 재미있을 것 같아서 그대로 놔뒀다는 것이다.

지금 손님처럼 누가 물어보면 "서문객잔에서는 음식 주문할때 서문동답(西問東答)하시면 주문을 안 받겠다"라는 우스갯소리를 곁들일 수 있어서란다. 우리는 '물음과는 딴판인 엉뚱한 대답'을 할 때 보통 동문서답(東問西答)한다고 한다. 또는 문동답서(問東答西)라고 하는 이 성어를 중국에선 지동화서(指東話西)라 한다.

중국 전국시대 진(秦)나라의 승상인 여불위(呂不韋, ?~기원전 235)는 전국의 난다긴다하는 학자 3000여명을 모아 20여만 자에 달하는 여씨춘추(呂氏春秋)를 펴냈다. 당시에 이 책을 성문 앞에 걸어놓고 "한 글자 한 구절이라도 고칠 수 있으면 천금을 주겠노라"(一字千金 일자천금) 할 정도로 자부심이 대단했다.

이 책의 지도편(知度篇)에는 나라를 다스리는 군주가 어떤 이를 기용했는가에 따라 흥망이 결정된다면서, 춘추시대 송(宋)과 제(齊)나라에서는 상앙과 소진을 기용해서 멸망의 길로 들어섰다고 비판하며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夏至之日而欲夜之長也 射魚指天而欲發之當也 하지지일이욕야지장야 사어지천이욕발지당야)”

"군주가 사적인 인연과 판단으로 사람을 기용해 공적(功積)을 바라는 것은 마치 하짓날에 밤의 길이가 낮의 길이보다 길어지기를 바라는 것과 같고, 물고기에 활을 쏘아 잡을때 하늘을 겨냥하고 화살이 물고기에 명중되기를 바라는 것과 같다."

여기서 '물고기를 잡으려 활을 하늘을 향해 겨눈다'는 '사어지천(射魚指天)'이란 성어가 유래한다. 당치 않은 일을 하려한다는 뜻이다. 맹자가 말한 나무에 올라 물고기를 얻으려 한다는 '연목구어(緣木求魚)'나, 또는 부싯돌이 아니라 얼음을 두드려 불을 구한다는 '고빙구화(敲氷求火)'라는 성어와 그 속뜻은 같다.

연목구어(緣木求魚)는 나무에 올라 물고기를 얻으려 한다는 말이며, 고빙구화(敲氷求火)는 부싯돌이 아니라 얼음을 두드려 불을 구한다는 말로 사어지천(射魚指天)과 같은 뜻이다.(사진=인터넷 캡쳐) 

당송팔대가중 하나인 한유(韓愈, 768~824)는 '답진상서(答陳商書)'라는 글에서 진상이란 가상의 인물을 빌어 상대방이 무엇을 원하는지 모르는 멍청한 사람에게 일침을 가하고 있다. 

진상은 벼슬길에 오르기 전에는 몹시 난해한 문장을 즐겨 썼으며, 그 자신도 그런 문장이 세상에 맞지 않음을 알고 한유에게 가르침을 청하였다.

이에 한유는 제나라 임금에게 거문고를 가지고 가서 벼슬을 구하려는 사람의 이야기를 비유로 들어, 진상의 문장을 세상 사람들이 좋아할만한 문체로 바꾸도록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제나라 왕은 생황 연주를 좋아했는데, 제나라에 벼슬을 구하려는 어떤 사람이 거문고를 가지고 가서 3년을 궁궐문 앞에 있었으나 들어갈 수가 없었소“ (齊王好竽 有求仕於齊者 操瑟而往 立王之門三年 不得入 제왕호우 유구사어제자 조슬이왕 입왕지문 부득입)”

“그러자 그사람은 큰소리 쳤소, 내가 거문고를 연주하면 귀신도 오르고 내리게 할 수 있고, 내가 연주하는 거문고 소리는 옛 황제(黃帝)의 음악에 부합한다” ('叱曰 吾瑟鼓之 能使鬼神上下 吾鼓瑟合軒轅氏之律呂 질왈 오슬고지 능사귀신상하 오고슬합헌원씨지율려).

“이 말을 듣고 제나라 빈객(賓客)이 꾸짖었소. 우리 임금은 생황 연주를 좋아하는데, 당신은 거문고를 연주하니 당신의 거문고 연주가 아무리 뛰어나더라도 임금이 좋아하지 않으니 어쩌겠소. 이것이 이른바 거문고 연주는 뛰어나지만 제나라에서 벼슬 구하기에는 서툴렀다는 말입니다” (客罵之曰 王好竽而子鼓瑟 瑟雖工 如王之不好何 是所謂工於瑟而不工於求齊也 객매지왈 왕호우이자고슬 슬수공 여왕지불호하 시소위공어슬이불공어구제야). 

이 글에서 '생황을 좋아하는데 거문고를 연주한다'라는 '호우고슬(好竽鼓瑟)'이란 성어가 유래한다. 남의 비위를 제대로 맞추지 못하거나 구하려는 것에 엉뚱하게 대처할때 쓰는 말이다. 중국에선 '제문포슬(齊門抱瑟)' 또는 '제문협슬(齊門挾瑟)'이라 한다. 

4.10 총선을 앞둔 여야의 후보자 공천 논란과 상호공방, 내부갈등 등은 사어지천(射魚指天), 호우고슬(好竽鼓瑟)이란 성어를 절로 떠오르게 하고 있다. 

국민들은 심금을 울리는 대금 연주를 바라는데 '귀에 거슬리는 거문고 탄주에 박자도 맞지 않는 노래 소리(自彈自歌 자탄자가)'만 요란할 뿐 아닌가.

이형로는
동국대 철학과를 졸업했으며 대만대학 철학연구소와 교토대학 중국철학연구소에서 수학 후 대학 등에서 강의를 했다. 현재 덕수궁에서 근무하며 스스로를 '덕수궁 궁지기'라고 부른다.저서로는 ‘궁지기가 들려주는 덕수궁 스토리’, ‘똥고집 궁지기가 들려주는 이야기’(2018년)에 이어 2019년말 '궁지기가 들려주는 꽃*나무의 별난 이야기'를 펴내기 시작해서 현재 9권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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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lhalla 2024-03-04 19:27:51
잘읽고갑니다.개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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