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사이드비나=오정희 기자/ 호치민 이승윤 기자]
2008년 허허벌판이었던 베트남 호치민시 7군에 문을 연 롯데마트 1호점. 당시만 해도 롯데마트를 향해 “왜 허허벌판에 대형 매장을 짓느냐”는 시선이 따랐다.
하지만 17년이 흐른 현재, 유통 거점을 넘어 지역의 문화 소비 공간으로 입지를 굳히며 베트남 전역에 16개 점포를 보유한 유통 강자로 자리 잡았다.
각 점포는 지역 특성에 맞춰 관광지, 식품 특화 등 콘셉트를 달리해 운영되고 있으며, 그로서리 강화, 매장별 마케팅 차별화 등 현지화 전략이 효과를 보고 있다.
올해는 사상 첫 5000억 원 매출 달성을 앞두고 있고, 2030년까지 1조 원 매출을 목표로 한 단계 도약을 준비 중이다.
롯데마트베트남의 성장의 이면과 향후 비전을 듣기 위해 신주백 롯데마트 베트남 법인장을 직접 만났다.

Q. 롯데마트가 베트남에 진출하게 된 배경과 초기 전략은 무엇이었나요? 현지 시장 조사, 진출 시기와 방식, 베트남 내 첫 점포 개설 당시 상황 등 설명 부탁드립니다.
“롯데마트의 베트남 진출은 국내 소매 유통 시장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는 가운데 추가적인 성장의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내렸던 전략적 결정이었습니다.
롯데마트는 베트남의 성장 잠재력에 주목해 인구 구조와 도시화 속도, 소비 수준 등을 다각도로 분석했습니다. 베트남 진출을 타진하던 당시, 베트남 소매 유통 시장은 재래시장이 전체의 95% 비중을 차지했고, 쇼핑몰이나 대형마트, 백화점 등과 같은 현대식 유통 채널이 전무하다시피 한 상황이었습니다.
또한 지난 2006년 당시 베트남의 1인당 GDP는 1600달러대에 불과했으나, 견조한 경제 성장률을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이에 더해 빠르게 진행중인 도시화, 특히 매년 150만여명이 태어나는 젊은 인구 구조를 보면 이 시장은 중장기적으로 반드시 급속한 성장을 보일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롯데마트는 베트남의 1인당 GDP가 3000달러를 넘어서는 시점부터 소비 패턴 변화에 따른 급속한 시장 성장이 본격화될 것으로 판단하고, 시장을 선점하고자 당시 베트남 법률에 따라 현지업체와 합작 법인을 설립, 2008년 호치민시 7군에 첫 점포인 남사이공점을 열면서 베트남 시장에 진출하였습니다. 이후 관련 법이 개정되면서 2012년 100% 외국인 투자 법인으로 전환해 현재까지 독자적인 운영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지금이야 매장 주변이 개발됐고, 도시 곳곳에 현대적인 쇼핑몰이 많이 들어섰지만, 남사이공점 개점 초기만 해도 주변은 사실 허허벌판이었습니다. 일각에선 ‘왜 이런 곳에 매장을 짓냐’고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지만, 1만평에 육박하는 매장 크기와 식품과 의류, 화장품 등 다양한 품목을 판매했던 남사이공점은 개점후 쇼핑과 외식, 문화를 아우르는 공간으로 입소문을 타기 시작해 곧바로 지역민들의 핫플레이스로 떠올랐죠. 저희로서는 ‘선점’ 효과를 제대로 본 셈입니다.”

Q. 베트남 시장에서 직진출 방식을 선택한 배경과, 이로 인해 발생하는 장단점은 무엇인가요? 경쟁사들이 MF 방식(마스터프랜차이즈)을 채택한 것과 비교해 말씀 부탁드립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롯데마트는 직진출을 추진했지만, 베트남 법률 이슈로 인해 현지 파트너와 2006년 합작 법인을 세운 뒤 2012년 100% 외자법인으로 전환하였습니다.
단독 법인은 무엇보다 사업을 주도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합작법인과 달리, 단독 법인은 마케팅부터 상품 구성, 고객 응대까지 모든 것을 저희가 기획하고 운영할 수 있어 보다 효율적인 사업이 가능합니다.
물론 단점도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아시는 것처럼, 베트남은 인허가 과정이 복잡하고 예측이 어려운 나라입니다. 그 모든 정책 변화와 행정 절차를 저희가 직접 챙겨야 하다보니 합작 법인보다는 규제 대응이 상대적으로 어려운 측면이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프랜차이즈 방식과 비교해도 단독 법인의 형태가 의사결정 구조가 단순하고, 독자적으로 사업을 운영할 수 있기에 브랜드 일관성과 품질 관리, 고객 신뢰 면에서 유리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실제로 일부 다국적 유통기업은 베트남 진출 후 현지화에 실패하거나 파트너와의 갈등으로 철수한 사례도 있었죠.”

Q. 현재 베트남에서 운영 중인 점포 수와 지역 분포는 어떻게 되며, 각 지점의 역할이나 특징이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향후 베트남 내 점포 수 확대 계획이 있으신가요? 계획이 있다면 같이 말씀 부탁드립니다.
“현재 베트남 내 롯데마트 점포는 총 16곳으로 하노이와 호치민, 다낭, 하이퐁(Hai Phong), 껀터(Can Tho) 등 주요 도시를 중심으로 분포돼 있습니다.
호치민 내 점포의 경우, 지역 커뮤니티 활성화와 쇼핑 외 문화소비에 초점을 맞춰 대규모 매장을 냈다면, 다낭이나 냐짱(Nha Trang) 등 대표적인 관광지 점포들은 주로 관광객을 타깃으로 한 상품 구성과 마케팅에 주력하는 등 지역별 맞춤 전략을 취하고 있습니다.
특히 하노이 롯데몰 웨스트레이크 점포는 복합 쇼핑몰 내 매장이라는 점을 고려해 식품 비중을 대폭 늘린 그로서리 중심의 매장으로 운영하고 있으며, 실제로 지역민들 사이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습니다.
점포 확장과 관련해, 롯데마트는 현재 점포가 없는 직할시 외 1선 도시, 특히 푸꾸옥이나 후에(Hue), 뀌년(Quy Nhon) 등 성장 가능성이 높은 도시에 지역별 맞춤 점포를 늘려갈 계획으로, 동시에 물류 효율 개선에 나설 방침입니다.”

Q. 롯데마트 베트남 법인의 연간 매출 규모, 이익률 등 주요 경영지표는 어떻게 변화하고 있나요? 최근 2~3년간의 추이를 중심으로 설명 부탁드립니다.
“매출만 놓고 보면, 올해 기준으로 사상 첫 5000억원이 기대되는 상황입니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일시적인 부침을 겪었지만, 2022년부터 회복세가 본격화되기 시작해 최근 2~3년간 안정적인 성장세를 거듭하고 있습니다.
외형 확장은 매출 증대를 위한 필수적인 선택지임에는 분명하나, 탄탄한 내실이 동반되지 않는다면 이후 사업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이에 롯데마트는 중장기적인 외형 확장에 앞서 내실을 강화하는 데 중점을 두고 수익성 강화, 운영 효율 제고에 나서고 있으며, 이러한 노력은 실제 큰 성과를 거두고 있습니다.
롯데마트베트남은 오는 2030년까지 현재의 2배인 1조원 매출 달성을 목표로 내실 중심의 경영 기조를 유지하며 점진적 점포 확장에 나설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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